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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른’ 유연석의 꿈 ‘꽃할배’
입력 2014-01-08 11:10  | 수정 2014-01-08 11:24
유연석(사진=유용석 기자)
'밀크남(우유처럼 부드러운 남자)' 배우 유연석(30)의 이름 석 자 앞에 요즘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다정다감한 '서울 남자' 칠봉이 역을 맡은 뒤다.
선악이 공존하는, 그의 잘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눈빛과 미소는 묘한 마력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끈다. 떡 벌어진 어깨에 군살 없는 근육질 몸매는 반전이다. 서글서글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 남자들이 쉽게 꿰뚫지 못하는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섬세함까지 갖췄다. 첫사랑만을 바라보는 순정파이기까지 하다. 많은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 남자의 전형이다.
유연석(사진=유용석 기자)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는 여성 팬들의 생각이다. 남자들에게 그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 없다. 세상에 이런 가식적인 남자가 없다. 아무리 극 중이라도 완벽에 가까운 조건을 겸비한 그가 지고지순한 척 하는 '꼴'이 못마땅하다. 배우 유연석을 바라 보는 절대 다수 남자의 속마음 혹은 시기심일 터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이라 그런지 실제 제 성격은 쓰레기(정우 분)하고도 비슷해요. 칠봉이와 쓰레기 절반쯤 섞였습니다.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가끔 다정다감할 때도 있지만 칠봉이처럼 매사 그렇게는 못하죠. 어휴."
앞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극 중 그의 첫사랑 고아라(성나정 역)는 현실 속 택할 남자로 "쓰레기와 칠봉이를 반반 섞어놓은 인물이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속된 말로 유행어 '이런 젠장'이란 말이 떠올랐다. 기자는 남자다. 벌써부터 그에 대한 질투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그를 싫어하지 않았으나 솔직히 그에게 호감도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2003)가 유연석의 데뷔작이다. 극 중 오대수(최민식 분)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한 이우진(유지태 분)의 아역이 그였다. 이후 그는 꾸준히 다수 작품에 출연했으나 대중이 그를 가장 기억할 만한 배역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재욱이다. '국민 첫사랑' 수지의 순정을 짓밟은 '강남 선배' 재욱이 그였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남자들의 공분을 샀던, 속된 말로 수지를 어떻게 한 번 '해볼라고' 만났던 그였다.
"(대중에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서운한 감정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조바심이 나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무뎌지고 초연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떠한 배역이든 작품은 끊이지 않았고, 배우로서 그만큼 작품에 잘 녹아든 거니 즐겁고 행복한 일이죠. 제가 맡은 캐릭터나 작품에 집중해야지 대중의 반응이나 흥행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유연석(사진=유용석 기자)
한바탕 하소연을 늘어놓은 줄 알았던 그는 담담했다. 차분했다. 입가에 슬쩍 스며드는 미소에 여유가 넘쳤다. "주변 형들이 '남자 배우 어차피 서른부터다'고 했단다. 이제 막 서른살이 된 그의 자신감이 배가된 시점이다. 자칫 이러한 자신감은 경쟁자들에게 거만함으로 비쳐져 비호감을 사기도 한다. 그래도 왠지 그는 친근했다. 오래된 친구와 술 한 잔 나누면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응답하라 1994'의 힘이 컸다.
"솔직히 '응답하라 1994'가 이 정도로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응답하라 1997'이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전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잘 될 것이란 확신은 없었죠. 단, 대본을 받아본 후 흥행은 몰라도 좋은 작품이 하나 탄생하겠다는 예감은 했죠."
결국 짝사랑을 쟁취하진 못했으니 남자들의 미움은 덜 샀다. 그의 미래 배우자도 미제(謎題)로 남은 덕에 그의 순애보는 더욱 애틋하게 남았다. 이는 그가 여성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을 만한 또 하나의 요소다. 연민의 이상형이 총각으로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정작 그는 '응답하라 1994' 속 자신이 연기한 칠봉이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마지막회(21부)에서 나정과 이별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 나서 NG(No Good)를 연발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녀를 위해 보내줘야겠다 생각하며 애써 웃어보이려는 칠봉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스무살 때 저도 10개월 간 짝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요. 칠봉이가 정면 승부를 즐기듯 저 역시 제 마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만 그것이 저만의 욕심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접죠. 당시에는 혼자 마음을 접는 게 너무 바보 같아서 고백했었죠. 칠봉이처럼 그녀가 나를 받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고백했습니다. 그때 그녀는 제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제 입에선 "고맙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극 중 나정이처럼) 제가 흔들릴 여지를 남겨두었다면 아마 그녀를 잊는데 힘들었을 텐데 확실히 '넌 아니다'고 얘기해 주니 그랬던 것 같아요."
유연석(사진=유용석 기자)
유연석을 좋아하는 여성 팬이라면 반대로 그의 이상형이 궁금할 법 하다. '우리 칠봉이'가 좋아하는 여성상은 어떠하단 말인가.(그는 과거 한 방송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았다) 또한 결혼관은 어떠한 지도 물었다.
"외형적으로 정해 놓은 이상형은 없어요.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를 좋아합니다. 무표정하게 있어도 얼굴은 예쁜데 희한하게 웃을 때는 예쁘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반면 가만히 있을 때는 매력을 못 느끼다가도 웃으면 아주 예쁜 사람이 있죠. 그러한 사람이 제 이상형입니다. 직업군이나 나이, 키, 이런 것들은 상관 없어요. 그리고 '인연'이란 단어를 굉장히 좋아하고 믿습니다. 제가 배우라고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싶진 않아요. 좋은 사람이 찾아오면 시기가 언제가 됐든 결혼도 해야죠.(웃음)"
전문가들은 유연석을 두고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평한다. 어떠한 색을 칠해도 그대로 스며들고 작품에 묻어나는 배우라는 뜻이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그의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졌다. CF 모델 계약이 쏟아졌고, 영화 두 편('은밀한 유혹'·'상의원')에 이미 캐스팅 돼 촬영을 앞두고 있다.
"칠봉이가 워낙 건강한 이미지다 보니 더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이제 막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알리기 시작한 만큼 연기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tvN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나오는 선배(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님들 모습이 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30년 뒤에도 '꽃할배' 같은 작품이 있다면 출연하고 싶네요.(웃음) 그때까지 훌륭한 배우로 남아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연석(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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