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방북 로드먼 "왜 나만 무시하냐" CNN 앵커와 설전
입력 2014-01-08 10:53 

북한을 방문 중인 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이 7일 CNN-TV 등과 중계 인터뷰에서 방북 관련 질문을 받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방북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악동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로드먼은 이날 CNN 시사프로인 '뉴데이'에 출연,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이것은 세계를 위한 위대한 생각"이라며 "사람들은 항상 내가 하는 것을 무시한다. 이는 이상한 일"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같은 이들도 세계에 멋진 일을 하는데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로드먼은 또 CNN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북한 지도자들에게 미국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요청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케네스 배)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북한의 처사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앵커가 화난 목소리로 "김정은이 고모부(장성택)를 죽이고 1년째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다. 그런 사람을 친구라고 하느냐"고 쏘아붙이자 로드먼은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 안쓴다"며 "당신은 지금 마이크 뒤에 있는 친구"라고 거칠게 받아치는 등 설전을 벌였다.
그는 또 김정은을 향해 "나의 친구를 사랑한다. 나의 친구"라며 무한한 애정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로드먼의 돌출 행동에 국제사회 역시 냉담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뜻밖의 사절단이 북한에서 기묘한 외교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로드먼 일행의 북한 방문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우선 신문은 로드먼과 함께 방북에 나선 농구선수 일행은 음주상태에서 게임하기나 가정불화 등으로 물의를 빚은데다 일부는 길거리 농구선수라고 꼬집었다. 오합지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균 연령이 48세나 되는 로드먼 일행이 그럴싸한 팀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어 북한 전문가인 데니스 핼핀은 이날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에서 "소식통들에 의하면 고가의 사치품과 뇌물(bread and circuses)을 김정은에게 상납했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스턴 NBA 총재는 "(로드먼의 방북에) NBA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스포츠가 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 역시 선 긋기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로드먼 일행의 방북을 '사적인 일'로 규정하면서 미국 정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로드먼은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않고 공식적인 역할도 없다. 그의 발언을 보거나 들을 때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과 9월 잇따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로드먼은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달 19일 방북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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