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기획…‘대역’④] ‘오들오들’…14시간, 추위와 싸우는 스턴트맨
입력 2014-01-08 10:31 
[MBN스타 박정선 기자] 대기시간이 긴 건 이제 익숙해요. 그런데 추운 겨울이면 못 견디게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이죠.”

21일 경기 일산을 지나 남양주로 향하는 길,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쌓인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얼마나 추우면 며칠 된 눈이 마치 지금 온 것처럼 쌓여있을까.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착한 곳은 지상파 아침드라마 촬영이 예정되어 있는 남양주 한 중학교 뒤편에 위치한 공사장이다. 역시나 추웠다.

사진=MBN스타 DB

이날 만난 이종연 무술감독은 3시30분께 도착해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감독과 함께 온 스턴트맨들도 서로 목장갑을 나눠 끼고 촬영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드르륵 드르륵 직접 나사를 돌려 박고, 무거운 쇠 봉을 나르는 스턴트맨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절망했다. 당초 7시로 예정되어 있던 촬영이 9시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9시이지 더 늦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 서울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마무리 되어야 이쪽으로 오는 거니까요”라는 감독의 말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6시경 촬영 준비가 마무리 되고 인근 식당으로 향해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일정을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기다려야죠”였다. 온몸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의 추위를 견디고 먹는 따뜻한 국물 덕분에 몸이 좀 풀렸는데, 또 추위에 떨어야 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스턴트맨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듯 태연하기만 했다.

차량 안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현대물의 경우에는 그나마 차량에서 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감독은 사극 같은 경우에는 액션 촬영이 대부분 산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저 두꺼운 옷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는데 정말 말도 못하게 추워요”라고 혀를 내둘렀다.

9시, 여전히 촬영 팀 쪽에서의 연락은 없었다. 현대물 촬영이 있을 때는 차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대본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언제 올지 촬영 팀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촬영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드라마 메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유는 일찍부터 현장에서 준비했던 것들을 모두 철수하고 다른 위치에 다시 설치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오후 3시부터 추위에 떨며 설치했던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스턴트맨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오후에 했던 작업을 새벽이 되어서 똑같은 작업을 다시 했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스턴트맨들이 미리 맞춰놓은 액션을 배우들에게 시범을 보였다. 공사장의 먼지구덩이에서 뒹굴고, 또 뒹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끝나고 스턴트맨의 촬영이 시작됐다. 3층 높이에서 와이어도 없이 뛰어내리기를 반복하고 드디어 촬영이 끝났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였지만 직접 촬영에 임한 스턴트맨은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이 정도의 높이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한 번이 무섭지, 일단 뛰어내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두려움도 없어지더라고요”라며 덤덤한 반응이었다.

장비를 정리하고 모든 촬영이 끝난 시간은 새벽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앞서 이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기다림보다 더한 것은 추위였다. 수면양말에 부츠, 얇은 옷 2겹에 두꺼운 코트, 목도리에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했다고 자부했지만 차가운 공기는 그 두꺼운 옷을 뚫고 들어왔다.

6시가 넘어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무려 14시간 동안 정작 스턴트맨의 촬영은 1시간에 불과했다. 이 1시간을 위해 추위와 싸운 스턴트맨들이 대단해보였다. 이 감독은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촬영에 기다림은 필수”라면서도 외국의 경우 딜레이라는 것이 없어요. 우리나라 촬영 여건상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기다림을 반복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죠”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