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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대역’①] “얼굴, 모르는 게 약이죠”…보이지 않는 주인공들
입력 2014-01-08 10:30 
정두홍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에서 연습에 한창인 스턴트맨들. 사진=김승진 기자
[MBN스타 박정선 기자] 대역의 사전적 의미는 배우가 맡은 역할을 사정상 할 수 없을 때, 그 역할을 대신 맡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대역이라 하면 스턴트맨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턴트맨 외에도 대역의 종류는 다양하다.

크게는 액션과 신체 대역으로 나뉘지만 악기를 다루는 악사들, 의술을 담당하는 의사, 요리를 대신하는 요리사들 등 전문적인 분야의 것들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역들의 손길과 몸짓이 필수다.


대역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스턴트맨은 작품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승마, 춤, 수영 특수 기술은 물론이고 말을 타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자동차 사고를 연출하고, 불속을 뛰어다니는 등 위험천만한 연기를 대신하는 이들이 바로 스턴트맨이다.

특히 스턴트맨의 삶을 그려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배우들 뒤에 가려졌던 대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일시적인 관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중들의 관심과 처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아래 정두홍 감독 인터뷰 참고)

또 신체 대역은 손, 발, 다리는 물론 머리카락, 뒤태, 어깨까지 작품에서 클로즈업되는 배우의 신체 각 부분들을 대신한다. 특히 CF에서 신체 대역들은 빛을 발한다. 샴푸와 보디로션 등 각종 샤워용품 광고에는 특히 신체부위의 등장이 잦다. 이때 신체 대역들은 자신이 가꿔온 신체 일부를 노출시키며 보는 이들로 구매 욕구를 돋워주는데 일조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이하 ‘화성인)에 출연하며 화제가 됐던 신체대역 최이윤 씨는 각종 CF와 지면광고를 통해 스타들의 신체를 대신하고 있다. 그녀는 ‘화성인에 출연했을 당시 아름다운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드라마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대역 최이윤(왼쪽)과 오초희. 사진=최이윤 미니홈피, SBS ‘스타킹 방송캡처

의술이나 요리 등 기능적인 부분을 대신 촬영하는 대역들은 주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대장금 ‘신들의 만찬 영화 ‘식객 등 요리를 소재로 하는 작품에서는 실제 요리사들의 손길이 더해졌으며, 쏟아지는 의학드라마 속의 수술 장면에도 역시 전문의들의 노련한 솜씨가 극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또한 극중 등장인물들이 능숙하게 악기를 다루는 것 또한 음악 전공자들의 가르침으로, 풀샷이 들어가면 실제 연주를 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클로즈업에는 전공자들이 직접 연주를 하는 형태로 촬영이 진행된다.

이들 역시 스턴트맨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알려지는 것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작품 속에 대역이 아닌 배우와 한 몸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들의 뒤에서 그들이 할 수 없는 연기를 대신하는 대역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주인공인 셈이다.


◇ 정두홍 감독 인터뷰
극중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이 몸담고 있던 액션스쿨은 실제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서울액션스쿨이다. 정두홍 무술감독을 만나기 위해 찾은 액션스쿨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한창인 스턴트맨들이 있었다.

정 감독도 이들과 한 공간에서 탁구를 쳤다. 내기라도 걸려 있는 듯 열정적인 게임을 벌이던 그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끝으로 경기에 열중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숨을 돌리며 커피한잔하기 위해 카페로 이동했다. 앉자마자 커피를 들이켠 정 감독은 왜 스턴트맨을 취재하려고 하느냐”고 대뜸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시크릿가든으로 스턴트맨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지만 그저 잠깐일 뿐이었고, 과거와 현재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 감독은 사람들의 관심도 현장에서 대역에 대한 처우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스턴트맨들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와 건강, 프로의식에 있었다.

정 감독은 ‘시크릿가든을 통해 대역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당연히 인격적인 면에서는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이라면 솔직히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른 직업도 그렇듯 스턴트맨도 돈을 쫓는 직업은 아니다. 대접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좋아서 하는 거고,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만큼 프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대역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들 알다시피 배우들이 해야 할 연기 중에 위험한 부분을 대역을 쓴다. 그럼에도 스턴트맨들은 최대한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연기해야 하고, 그러길 바란다. ‘저거 대역이네라고 느끼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모르면 모를수록 더 액션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우리 얼굴을 모르는 게 약이다. 그런 것에서부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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