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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또 하나의 약속`, 색안경·선입견 사절
입력 2014-01-08 09:11  | 수정 2014-01-09 08:06
'또 하나의 가족'. 우리나라 한 대기업의 모토였다. 오는 2월 6일 개봉 예정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떠올리면 생각날 수밖에 없는 광고 캠페인이다. 맞다. 그 광고를 겨냥한 제목이다. 애초 제목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는데 제작진은 아버지와 딸의 약속에 초점을 맞췄다. 아버지가 딸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제목이 '또 하나의 약속'으로 변경된 이유다.
영화는 경기 용인 기흥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지난 2007년 3월 6일, 23세의 나이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와 부친 황상기씨 등 실존 인물들의 삶이 바탕이다. 딸의 어이없는 죽음과 그 원인을 밝히려는 아버지의 법정 공방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박철민, 윤유선, 김규리, 그리고 몇몇 신인들이 함께했다.
7일 오후 서울 마포 서교동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제작진은 굳이 그 대기업을 드러내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투쟁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미씨의 아버지도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생각이 더 크다. "투쟁이 고됐던 황상기씨가 한결 편안해진 느낌을 받았다"고 제작사 측은 전했다. 한씨는 딸의 이야기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은지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환한 모습으로 인사했다.
제작보고회는 여느 영화 행사와 달리 조그만 식당에서 진행됐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좀 더 가깝게 언론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절감 효과도 있긴 하다. 사실 영화는 비용문제로 개봉이 불투명했다. 아니, 투자가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제작 중단 위기를 맞았다.
박철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새벽에 대본을 봤을 때, 영화 촬영이 못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크라우드 펀딩이 됐을 때, 모금이 쏟아졌을 때, 2000~3000만 원 세트비가 없었는데 한 독지가가 선뜻 돈을 내줬을 때, 슈퍼를 운영하는 분이 봉고차로 다과를 가져다줬을 때 등 정말로 울컥할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100% 관객 참여로 완성됐고 개봉까지 가능하게 됐다. "세계 일주를 가려 1년 반 동안 모은 여행비였는데 참여했다", "장가 밑천인데 언제 결혼할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일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등 기부자들의 마음이 모두를 울컥하게 했다고, 역시 영화에 공감해 늦게 합류한 영화제작사 도로시의 장소정 대표는 말한다.
관객의 기부 외에 재능기부도 많다. 박철민도 소정의 출연료만을 받는 등 배우들이 제작진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가수 연리목은 OST에 선뜻 도움을 줬다. 제작보고회의 사회를 맡았던 방송인 김태진은 이날 오전에 무리한 섭외 요청을 했는데 당연하다는 듯 달려왔다.
영화 '변호인'이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궤를 갖고 있다고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경계한다. 자연스럽게 보편적 감상에 소구하고 싶을 뿐이다. 벌써 전국시사회를 통해 3만 명이 봤다.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판타지가 아닌 실제 이야기, 하지만 투쟁적인 의미가 아닌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강조한 영화라 관심이 쏠리지 않을까 전망한다. 이렇다 할 반전이나 웃음 코드, 판타지, 블록버스터 등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은 없지만 담담히, 또 강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게 제작사 측 이야기다.
당연히 사회적 이슈를 이용한 영화 만들기였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더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바쳤다고 한다. '또 하나의 약속'이 언론시사화보다 전국시사회, VIP시사화를 먼저 하는 이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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