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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정재영 "불륜남은 뜨끔하겠죠? 하하하"
입력 2014-01-07 16:25 
배우 정재영(43)이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작품들에서 어둡고 무겁게 다가왔던 그는 이번에는 가벼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 '플랜맨'(감독 성시흡, 9일 개봉)이다.
영화는 1분 1초까지 계획대로 살아온 남자 정석이 계획에 없던 여자 소정을 만나 짝사랑에 빠진 뒤 생애 최초로 '무계획적인 인생'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정재영이 남자주인공 한정석을 연기한다.
극 중 정석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침대와 이불의 각을 잡는 등 청소하는데 2시간여를 소비하고, 출근한다. 12시 15분에는 점심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온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그는 동료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다 마음에 안 든다. 상대의 옷에 머리카락이 묻어 있거나, 책상에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걸 못 보는 인물이다.
이런 설정은 정재영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정재영은 감독과 많은 부분을 이야기했다.

실험실이나 수술실에서나 쓸 캡을 쓰고 다리미질을 하고, 비누를 드라이기로 말리는 설정. 멸균기에 안경과 휴대폰을 넣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정재영은 "그냥 말한 건데 그 때문에 미술팀이 고생했다"고 미안해하면서도 웃었다. 그는 "정석의 성격과 상황을 한방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삭제된 장면도 있다. 물을 비커에 70mm 재고 먹고 비타민도 엄청나게 먹는 인물이었지만 그 장면은 없애버렸다. 후반부 키스신처럼 설정이 변한 것도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정재영과 한지민이 진한 키스신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재영은 감독과 상의해 가벼운 뽀뽀로 변경했다.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누구와 옷만 닿아도 세탁소를 가는 친구인데 아무리 과거의 상처를 시원하게 얘기했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바뀌는 건 비약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도 뽀뽀신은 원 없이 찍었다. 정재영은 "뽀뽀신을 10번 가까이 찍은 것 같다"며 "감독님이 한지민 팬이라서 저한테 감정이입을 시킨 건지 '조금만 더해주세요', '1초만 더해주세요' 하며 여러 번 찍더라. 나는 당하는 입장이라 좋았는데 지민씨는 짜증 난 것 같더라"고 웃었다.
정재영은 "영화를 보면 불륜 남성들이 많이 찔릴 것 같다"며 "여성분들이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정석과 소정(한지민)이 서바이벌 오디션에 도전하는 노래 '유부남이'에 불륜의 노하우(?)가 한데 들어있기 때문.
"'휴대폰 왜 두 개니', '내 이름 왜 남자니' 뭐 그런 것들이 정말 웃겨요. 바람 안 피우는 게 가장 좋은 거지만, '그게 안 된다' 하는 분들은 다른 강구책을 찾아야 할 거예요. 노래에 정말 공감 가는 비법이 다 있다니깐요. 저요? 전 바람 안 피워요(웃음). 혹시 오해 살까 봐 소품팀 여자 이름도 앞에 꼭 소품팀 누구누구 이렇게 써놓죠. 아무튼 극 중 노래들을 뮤지가 썼는데 엄청나게 재밌는 것 같아요. 하하하."
현실 속 정재영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게으른 편이라고 실토한다. 그는 과거 계획을 세웠지만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계획을 못 지켜 실망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주의다. 물론 깨달은 바가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사랑하게 되며 일하게 된다는 주의다. 그렇게 잘 흘러왔다.
[인터뷰②]에 계속.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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