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차 발생할 납품대가까지 챙긴 대기업 직원
입력 2014-01-07 14:01 

현대중공업 조선 구매부서에 근무했던 이모 전 부장(58)은 채무 공정증서까지 동원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 이씨는 청탁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3억3800여만원을 받은 데 이어 장차 발생할 납품 청탁 대가까지 미리 산정한 뒤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며 2009년 1월 28억원 상당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씨는 2010년 퇴사 후 '협력업체 대표는 2018년까지 돈을 갚는다'는 내용이 담긴 공정증서를 들이대며 협력업체에게 돈을 요구했다. 이씨는 퇴사한 뒤에도 협력업체 간부로 취직해 현대중공업 재직 시절과 똑같은 방식으로 금품로비를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이 업체 한 계열사 김모 고문(68.비상임)은 2008년 9월 협력업체 A사 대표에게 1억3000만원 상당의 골프회원권을 팔아 양도성예금증서로 받았다. 이 골프회원권은 김 고문이 2007~2009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본부장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A사 대표에게 받아 10개월 정도 사용했다. 김 고문은 서울에 자택이 있어 울산에 있는 골프장 이용이 힘들어지자 A사 대표에게 골프회원권을 되판 것이다.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신분의 우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아온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조선해양의 납품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임에도 금품을 챙겼으며, 현대중공업 전기전자본부는 부사장급 본부장부터 전무, 상무, 실무 부장과 차장까지 10명이 금품을 수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현대중공업 김모 전 부사장 등 12명과 협력업체 대표 3명 등 15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현대중공업 상무와 협력업체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현대중공업 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 수사 과정에 또 다른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 부장급 직원 1명도 2억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수수한 금품은 모두 36억원에 달했다. 차장급 한 직원은 여동생 이름의 차명계좌로 15억원을 받는 등 이번에 적발된 임직원 13명의 평균 금품수수액은 2억7000만원이었다.
또 다른 차장급 한 직원은 8곳의 협력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2억9000여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고 월급은 모두 개인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이 직원은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로 금품을 받기도 했다. 또 친인척을 협력업체 직원인 것처럼 속여 월급을 받은 직원도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에서는 과도한 금품 요구 때문에 납품을 포기한 기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비리 연루 임직원들은 3~4년전 내부 감사를 통해 해고 등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며 "비리 예방을 위한 부서를 신설하고 임직원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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