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 대통령 '신년 구상'과 안철수에게로 간 윤여준
입력 2014-01-06 14:40  | 수정 2014-01-06 17:13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얘기를 했습니다만, 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먼저 생각납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올해 국민 여러분이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 성장을 이룬 기초를 닦았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10년째 국민 소득 2만불 벽에 막혀있는 한국 경제가 3만불로 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일 얘기도 흥미롭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선결 조건임을 명백히 했습니다.

어찌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의 분위기 마련'을 강조한 김정은에 대해 '설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함으로써 다시 김정은에 공을 넘겼습니다.

김정은이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인다면, 두 지도자의 말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요?

국내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원칙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과 특검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은 국력이 소모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함께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 특검은 재판중인 사안이기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난 1년 동안 국정원과 국가기관 선거개입 논란으로 허송 세월을 보내며 국력을 낭비한 것을 '안타깝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특검요구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거부했다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제 소모적 논쟁을 접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지만 야당이 동의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소통 문제인데요.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서 원칙과 법을 지키는 것을 불통이라고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이게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이라든가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습니다."

개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이나 여론이 개각을 원하다고 해서 당장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개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도 장관을 자꾸 바꾼다고 뭐라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국정운영 구상을 소상하게 밝혔나요?

여야의 논평을 들어볼까요?

▶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국회도 박 대통령이 밝힌 국정 운영과 각오에 책임 있는 자세로 답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야권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진정한 소통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기자회견이었으며, 기자회견장이 국정홍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 앞서 어제는 안철수 신당이 구상 아닌 구상을 밝혔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새정추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윤 전 장관은 과거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멘토가 아니라는 말을 끝으로 결별했고, 그 이후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던 인물입니다.

안철수 의원을 비판했던 윤 전 장관이 안철수 의원의 팔고초려 끝에 다시 안 의원 옆에 섰습니다.

지난해 문 의원 지지선언을 했을때, 그리고 어제 안 의원과 손을 잡으면서 한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윤여준 / 문재인후보 TV찬조연설(2012년12월)
- "후보는 좋은데 친노는 싫다. 후보는 좋은데 대북 정책이 불안하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인 제가 본 문재인은 달랐습니다. 오늘 그 얘기를 드리려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듯이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우리 정치의 판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인터뷰 : 윤여준 / 새 정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어제)
- "1세대 정치와 2세대 정치가 끝났습니다. 국민의 지독한 불신을 받고 있는 자체가 그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안철수 현상 자체가 그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안철수라는 인물의 등장은 역사적인 필연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을 미비하게나마 보태는 게 도리가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입니다."

윤 전 장관은 1년 전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문재인 의원에게서 보았고, 지금은 안철수 의원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새정치를 찾고자 하는 노 정치인의 열정이라 보는 사람이 있고, 철새정치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으로부터 1세대 정치와 2세대 정치로 비판을 받은 기성 정치권은 불편한 심기가 역력합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당 대변인
- "안철수의 새 정치가 최장집이었던 것인지 윤여준이라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신호 때문에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배병휴 / 월간 경제풍월 대표
- "새누리당에서부터 문재인 후보에게 갔다가 이렇게 가볍게 처신하는 분이 가서 새정치추진위원회 동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새로운 구상을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고, 또 지지세를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 행위입니다.

구상을 밝힌 것만으로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겠죠.

구상을 실천하고, 실천을 위한 구체적 시행방안이 국민의 마음에 닿아야지만 비로소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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