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아라 "사투리 받아쓰면서 연기했어요"
입력 2014-01-06 08:01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난 3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24)는 다리에 석고 붕대를 하고 있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촬영 도중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진짜 아팠을 텐데 촬영하는 게 신나서 고통도 잊었어요. 실시간으로 반응이 들어오는데 정말 감사하고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빈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마산 사투리를 날것 그대로 구사하는 천방지축 여대생 나정 역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삐뚤빼뚤한 앞머리, 씩씩거리는 말투 등 영락없는 선머슴으로 변했다.
"처음 배역을 제의받았을 때 예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제작진 분들도 어떻게 하면 아라를 못생기게 찍을까 하시던데요?(웃음). 살도 찌우려고 노력했고, 촬영장에서는 완전 큰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어요."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귀엽고 깜찍한 여중생 옥림이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망가지고 싶었다.
"옥림이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어느 순간 이렇게 살아도 될까 생각했어요. 이미지 변신을 원했고, 그 벽을 깨고 싶었지요."
변신에 대한 강한 열망은 노력으로 이어졌다. 배경이 된 1994년을 이해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당시 신문을 많이 봤고, 심지어는 마산 지역 인구분포도까지 들춰봤다. 진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온 그는 사투리를 되살리기 위해 경상도 지역 친척ㆍ친구들과 통화를 많이 했다.

"저는 사투리를 다 받아 적었어요. 계속 듣고 따라하다 보니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관심사는 나정이 남편이었다. 천재 의대생 쓰레기(정우)와 젠틀한 야구선수 칠봉이(유연석) 중 남편은 쓰레기로 결론이 났지만, 촬영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감독님(신원호 PD)이 (시청자에게) 나정이 남편을 속이기 위해 저는 결혼을 상상하거나 회상하는 장면만 20번 넘게 찍었어요. 매번 키와 얼굴이 다른 대역과 촬영을 하는데, 촬영하면서 평생 입을 웨딩드레스 이참에 다 입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가늘고 긴 두 팔을 공중에 휘휘 저으며 답을 했다. 어렸을 때 경남 진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누구를 만나도 먼저 말을 붙이는 싹싹한 성격이라고 했다. 매사에 긍정적이라는 그는 "얼떨결에 데뷔해서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그동안은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갈지에 대해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그는 앞으로가 기대된다.
"흰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분홍이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어떤 색을 입혀도 그 색이 나오는 배우 있잖아요. 저를 넘어설 수 있을지 두렵지만 떨리기도 해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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