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31일(15:4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의 연말 정기평가 시즌을 맞아 부실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조정됐다.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내년 해당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한국신용평가는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조선업 경기 침체로 사업안정성ㆍ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등급 조정의 주된 이유다.
한신평은 전날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을 계열사인 현대상선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부실채권(NPL) 투자회사로 업종을 변경하는 외환캐피탈의 등급 역시 'A'에서 'A-'로 낮췄다.
경쟁사들 역시 '줄강등' 릴레이에 동참하는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0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으며, 서희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앞서 지난 27일 대성산업, 대성산업가스, 효성 등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시켰다.
기업 입장에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특히 신용등급 'A'급 기업이 'BBB'급으로 떨어진 경우엔 최근 시장 양극화로 인해 최악의 경우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투자가 가능한 등급을 사실상 'A'급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평가의 시의성이 강조되면서 신평사들이 예전보다 빠르게 문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추세"라며 "기업들의 반감을 살 우려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지나치게 빠르게 등급을 내리는 것은 해당 기업에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며 "업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등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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