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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김기방 “상영 선택 기회조차 없는 ‘청야’, 그저 안타까워”
입력 2014-01-03 10:28 
김기방은 ‘청야’에서 거창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PD 차동석 역을 맡았다. 사진=한희재 기자
전쟁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 1951년 경상남도 거창을 기억합니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차동석(김기방 분)은 거창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지만 2% 부족함 때문에 편성이 취소된다. 강력한 한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는 우연히 이노인(명계남 분)과 손녀 이지윤(안미나 분)을 만나게 된다. 거창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차 PD는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이들을 이용하려 한다. 카메라에 이들의 모습을 담던 중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편성을 위해 계속 촬영할 것인가? 양심의 가책으로 촬영을 중단할 것인가. 그것이 차 PD의 문제다. / ‘청야


[MBN스타 여수정 기자] 상영관이 생각보다 많이 안 잡혀 속상하다. 많은 관객들이 ‘청야를 봐야 되는데…”

배우 김기방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선하고 친숙한 인상으로 늘 밝은 이미지가 강했던 그의 입에서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이라니 그저 놀랍고 궁금하다. 이는 김기방이 주연을 맡은 영화 ‘청야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51년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청야는 연말이라는 시기와, 대작들의 개봉 때문에 전국에서 단 5개관에서만 제한된 상영을 했다.(2013년 12월 26일 기준) 특히 서울 지역에는 단 한 개의 상영관도 잡지 못했다. 김기방 역시 이 사실에 크게 안타까워하며 영화를 보려면 KTX를 타고 1박2일을 가야 한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강압적이지는 않아도 찾아서는 볼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좋을텐데 이건 장이 좁다 못해 없으니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개봉관 이야기로 분위기가 숙연해질 찰나 김기방은 부모님을 모시고 경남에 가서 ‘청야를 관람하는 게 어떠냐”고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는 농담으로 던졌겠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담긴 듯 했다. ‘잠복근무 ‘과속스캔들 ‘강철대오 ‘밤의여왕 ‘내 이름은 김삼순 ‘뉴하트 ‘꽃보다 남자 ‘뿌리 깊은 나무 ‘골든타임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기막힌 존재감을 보인 김기방은 ‘청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첫 주연작이자 명계남, 장두이, 이대연 등 실력파 선배들과 연기호흡을 맞췄고 거기에 재능까지 기부해 극에 활력을 넣었다. 그렇게 금지옥엽 ‘청야가 전국에서 단 5개관에서만 상영한다는 건 김기방에서 아쉽고 속상한 일임에 틀림없다.

대중들이 영화를 봐야 입소문이 나고 또 다른 이들에게도 볼 기회가 주어지는데, 극장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배우로서 (연말 대작으로 인해) 극장에 사람들이 붐비는 건 좋은 일이지만 좋은 영화들이 설 무대가 없다는 게 슬프고 아쉽다. 단 한명이라도 더 볼 수 있게, 관수가 늘어서 상영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아도 잠시 잊고 있었던 1951년 사전에 대해 충분히 전달하는 영화라 볼만할뿐더러, 무언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이들이 ‘청야를 봤으면 한다.”

대화를 이어가면 갈수록 ‘청야를 향한 김기방의 애정을 남달랐고 상영관에 대한 간절함은 너무도 컸다. 영화를 본 입장이기에 그의 이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며 공감된다. 김기방은 연신 흥행을 떠나 그냥 많은 이들이 ‘청야를 봤으면 한다. 벌어진 일을 방관한다고 다시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인식을 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분명 인식을 하고 있다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 역사적 사건이고 알아야 되는 상식인데, 그걸 모르고 알 기회조차 없이 반짝하고 지나간다는 게 그저 아쉽다. 개봉관이 없으니 지인들에게 ‘청야를 홍보하기도 애매하다”라고 강조하며 씁쓸함을 전했다.

김기방의 안타까움이 기적을 만든 걸까. 인터뷰 후 다행히 ‘청야는 부산 아트 씨어터 C+C, 거창 프리미어 고센, 인천 부평대한극장에서 개봉됐고, 2014년 1월부터는 메가박스, 성남아트센터, 대구 동성아트홀,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무시 못 한다. ‘청야는 논픽션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할지 몰라도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담긴 것 같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물 설명이 조금 부족할 정도다. 그러나 메시지는 담겼기에 재미있게 봤다. 극에서 나의 역할은 역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인데 이는 김재수 감독님이 생각하기에 이야기를 쉽게 풀기위한 장치 같다.”

김기방은 ‘청야 상영관이 적은 사실에 크게 아쉬워하며 많은 이들이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거창 양민학살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가 어두운 분위기를 안길 수 있지만 김기방이 맡은 차동석 PD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처진 분위기도 단번에 활기차게 만들며 그만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화 초반에는 파스텔 톤의 스카프를 두른 채 멋진 모습을 보인 그는 후반부에 갈수록 프로그램 편성과 인정 사이에서 고뇌하며 ‘만약 나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차 PD의 고뇌에도 유독 그의 패션센스가 빛난다.

‘청야에서 입고 나온 의상 모두 나의 것이다. 시골에 있으면서도 멋을 유지하려는 철딱서니 없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파스텔 톤의 스카프를 두르지만 뒤로 가서는 어두운색의 스카프를 두른다. 변화되는 감정을 의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다. 나는 스타일리스트가 없다. 그들이 내 몸을 감당하지 못하더라. (웃음)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고 내 옷을 입는 게 편하다. 그리고 의상을 체크하면서 대본을 한 번씩 더 보는 재미도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성만점 김기방표 스타일로 변신하고 거기에 연기 욕심까지 더한 김기방.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는 않는 섬세함과 빛나는 노력 덕분에 조연이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듯하다. 지금처럼 늘 그래왔듯 1초의 등장이라도 웃음폭탄을 안기는 김기방을 자주자주 보고 싶다. 가능할까.

무엇이든 좋으니 쉬지 않고 일했으면 한다. (웃음) 어떤 작품이든 나는 포수 같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게 나의 꿈이다. 다른 배우들을 투수로 놓고 봤을 때 든든한 포수가 있어서 어디를 던져도 거뜬하게 받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이 노력할 것이다. 때문에 2014년은 이를 위해 전전해나가는 해가 될 것 같다. 작품에서 내가 맡는 배역은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인물은 아니지만 나의 고민 끝에 만들어지는 인물이다. 그래서 예민하게 다가가야 되며 늘 스스로 작품에 임하기 전 창피해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촬영하곤 한다. 정리하자면, 포수 같은 배우가 되기 위해 ‘청야를 위해 좀 더 노력하고 전진하고 싶다.”

영화 ‘청야에 함께 출연한 김기방과 안미나. 사진=한희재
깔끔한 정리로 너무도 매끈한 마무리를 한 김기방은 이미 든든한 포수이고 자꾸만 볼수록 보고 싶어지는 정감 가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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