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역 분신자살 40대 남성, 유족-경찰 간 엇갈린 주장
입력 2014-01-02 10:43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을 한 40대 남성에 대해 고인의 유족과 경찰 측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이 모(40) 씨가 자신의 몸에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7시55분께 숨졌다.
현장에서 수거한 이 씨의 다이어리에는 국민에게 2통, 가족에게 3통, 지인들에게 2통 등 7통의 유서가 발견됐다.
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메모도 발견됐다.

이 메모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결과 광주광역시의 한 편의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한 이 씨는 분신자살 일주일 전 가입한 보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놓고 휘발유통과 벽돌형 톱밥·압축연료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노조 등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까지 수사결과 경제적 고통과 어머니 병환 등의 이유로 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의 유서를 확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입장이 달랐다.
이 씨의 죽음이 경제적 고통 때문이라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형의 사업으로 이씨가 3000만원 상당의 빚을 떠안게 됐으나 이미 7~8년 전의 일"이라며 "이 빚 역시 모두 형이 책임지기로 결정됐기에 평소 이 씨가 카드빚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씨의 죽음이 어머니의 병환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을 뿐 신체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 측에 유서와 유류품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과수에 있다'는 식으로 거절하더라"며 "항의 끝에 보게 된 유서에는 '채무관계'와 '신병비관' 등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라면서 "이 씨가 채무 관계 등으로 인해 분신했다는 경찰의 일부 주장은 유족 측의 진술이 모두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이 씨의 다이어리와 유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분신자살 동기를 수사 중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 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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