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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조 시포밖에 몰랐던 1990년, ‘격세지감’ 정보전
입력 2014-01-02 08:59 
1990년 월드컵 당시 벨기에에 대한 한국의 정보는 엔조 시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전을 위한 코치를 별도로 두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사반세기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만해도 상대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고사하고 시차와 기후, 음식 등 현지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조차 부족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는 ‘정보전을 준비하고 있다. 직접 경험한 사람의 느낌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처음 월드컵에 출전했던 1990년 이탈리아대회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대표팀에 발탁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대학생이기에 얼떨떨했던 이유도 있었으나 워낙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흥미롭게도 이탈리아 대회에서 경험한 첫 상대가 벨기에였다. 벨기에는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만난다. 홍 감독은 그때는 그냥 엔조 시포만 보다가 끝난 것 같은 기억이다”고 웃었다. 지금도 벨기에의 축구영웅으로 칭송받는 엔조 시포는 당시 벨기에대표팀의 간판이자 대회 전체가 주목하는 스타였다. 홍 감독이 전한 에피소드는 전 세계가 알만한 선수정도만 알고 경기에 임했던 척박한 정보력을 설명키 위함이었다. 하지만, 2014년 지금은 다르다.
홍명보 감독은 그때 벨기에와 지금 벨기에는 전혀 다른 팀이다. 모두 알다시피 개개인의 기량이 엄청 발전했다”고 경계하면서도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우리도 다르다”는 말로 당당한 자신감도 전했다. 전력에 대한 동등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가 누군지, 기량이 어떤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은 시대가 달라졌다. 팀 전체에 대한 장단점은 물론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까지 준비할 계획이다”면서 아직 최종명단이 나오지 않았으나 대략 윤곽은 잡혔다. 미리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서 우리 선수들에 알려 대비할 생각이다”는 뜻을 전했다. 정보수집만을 위한 코치 영입도 준비할 정도다.
홍명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안지 마하치칼라 코치 연수시절 친분을 맺은 네덜란드 출신의 톤 두 하티니어르 코치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 이미 구두계약은 마쳤고 1월 브라질 전지훈련 이전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하티니어르 코치를 불러들인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홍명보 감독은 안지 시절 그 네덜란드 코치는 상대팀 선수들의 데이터를 뽑아 히딩크 감독님께 보고했던 사람이다. 적어도 러시아에서 뛰는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전했다. 러시아는 우리가 브라질에서 만나는 첫 상대다. 네덜란드 출신이라 인근국가인 벨기에 선수들에 대한 정보파악도 유리할 전망이다.
단순히 상대팀 선수들의 파악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 대한 관리도 하티니어르 코치가 맡는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는 간간히 체크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야한다. 항상 내가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을 네덜란드 코치가 대신해줄 것”이라면서 선수들과의 직접 대화는 물론, 해당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의 감독이나 코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깊숙이 관여해 관리할 생각”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상대 선수들의 얼굴조차 몰랐던 1990년과 상대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외국인 코치를 별도로 두는 2014년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단순히 시간 속에서 발전한 영향만은 아니다. 그런 정보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판단과 함께 준비되고 있다는 게 반갑다. 지피지기는 승리를 위한 기본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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