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망` 그룹株펀드 말띠해 희망적?
입력 2013-12-31 16:31  | 수정 2013-12-31 17:16
# 직장인 A씨는 저평가된 삼성그룹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증권사 직원의 설명을 듣고 지난해 7월부터 삼성그룹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펀드 계좌를 열어 본 A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대비 7.5% 올라 2000 선을 회복한 반면 펀드 수익률은 -8%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그룹주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한화그룹주 펀드와 범현대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제외하곤 플러스를 낸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30개나 되는 삼성그룹주 펀드는 모두 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해 수익률이 바닥을 쳤던 그룹주 펀드들이 2014년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그룹주 펀드에 투자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룹주 펀드 수익률이 악화된 이유는 지난 1년간 대형주와 경기민감주의 주가 부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그룹주 펀드들은 국내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에 투자하고 있다.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부장은 "대형주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 매수세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에 따른 매도세까지 이어져 수급이 악화됐다"며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 일부 대형주에 대해 실적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그룹주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포트폴리오 중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3년 연초 158만4000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6월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 주가 반등에 성공했으나 다음주 예정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 140만원 선이 다시 깨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어닝쇼크로 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60% 가까이 폭락했고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등도 실적 악화 전망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ㆍ기아차 비중이 20%를 넘는 현대그룹주 펀드는 일본 엔화가치 하락에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자동차 업종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까지 겹치며 최근 수익률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을 담고 있는 SK그룹주 펀드는 2013년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3.16%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국내 대형주, 경기민감주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며 그룹주 펀드의 부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2014년 경제성장률은 3% 중반까지 상승할 전망"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으로 채권보다 주식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면서 증시 수급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2014년 강세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 경기민감주들을 담고 있는 그룹주 펀드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에 매출액 238조원, 영업이익 40조원을 달성하며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IT, 모바일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이 확인된다면 언제든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도 원화 강세와 엔 약세 영향은 제한적인 가운데 올해 공장 증설 및 신차 출시 효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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