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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혜천, ‘이면계약’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
입력 2013-12-31 07:34 
두산과 이혜천의 논란에서 정작 문제시 돼야 할 이면계약 사안은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이혜천과 두산간 이면계약으로 인해 파문이 불거졌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이 돼야할 ‘이면계약 자체에 대해서는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마땅히 지켜야 할 약속인 ‘야구규약이 무시되고 야구팬들을 기만한 이면계약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연봉이나 계약금 등 금전적인 문제에만 시선이 집중 되고 있는 것.
지난 30일, 스포츠동아는 이혜천과 두산이 지난 2010년 이면계약을 체결했음을 전하고 이로 인해 불거진 갈등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두산과 이혜천은 4년간 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에 국내리그 복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는 국내리그로 복귀하는 해외진출 선수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한 KBO의 규약을 어기는 행보로 이를 고려한 양측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축소해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이는 3년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공공연한 비밀이긴 했지만 이 같은 이면계약 사례가 수면위로 부각 된 것은 2차 드래프트에서 이혜천의 NC 이적이 결정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혜천은 두산에게 방출을 요청했다. 연봉 3억50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시도한 요청이었으나 두산은 이를 거절했고 예정대로라면 이혜천은 2014년 시즌에도 두산의 유니폼을 입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NC가 돌연 2차 드래프트에서 이혜천을 지명하자 이때부터 두산과 이혜천의 갈등이 시작됐다. 공식적으로 이혜천의 2013년 연봉은 2억원, NC입장에서는 3억5000만원이라는 이면계약에 따를 필요가 없기에 올 시즌 활약이 미비했던 이혜천의 경우 2억원을 기준으로 연봉 인하 수위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혜천의 입장에서는 방출요구도 받아주지 않았던 두산이 40인 보호 로스터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사실에 서운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매체들은 방출요청 당시 두산 측이 계약금 중 2억원을 반납해야 한다는 요구에 실망했다”는 이혜천의 반응을 집중 보도했다.

반면 두산은 계약금 요구는 오해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한번 지급된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연봉 보전 수위를 조정하려는 시기에 이면계약 내용이 불거져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하락이 예상되는 연봉의 일정부분 보전해 줄 예정이었다”며 논란의 본질을 ‘연봉하락을 우려한 이혜천의 불만으로 한정짓기도 했다.
특히 30일 오후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는 두산의 발표에는 2014년 연봉 보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원만하게 합의했다”고만 언급했을 뿐 계약금 논란이나 보전 수위 등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이혜천이 두산 소속이 아니기에 별도의 발표는 하지 않겠다”고 전해 궁금증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면계약을 아주 당연시 하는 듯 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면계약은 공식적인 계약이 아닌 음성화된 계약이자 팬들의 이목을 기만하는 행위, 프로야구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임에도 규약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문화 시켰음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는 것. 그만큼 프로야구 계에 이면계약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산 관계자는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입장 표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하면서도 해외 진출 선수가 국내로 복귀할 경우 FA와 견주어 생각하게 된다”며 1년 계약을 원하는 선수는 없다. 우리가 이혜천과 이면계약으로라도 잡지 않았다면 다른 구단에서 똑같이 이면계약으로 영입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입장을 토로했다.
이를 감독해야 할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역시 사실 확인을 더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4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마땅한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외국인 용병 상한액이나 국내 복귀 선수의 계약기간 등 사문서화 된 규약의 개선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물론, 규약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있다. 이번 사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약이 문제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이면계약은 결코 부합되지 않는 방식이다.
성적과 금전적 부분이 부각되는 프로 스포츠라 하더라도 결과를 위한 편법들이 난무하다 보면 기본적인 규칙마저 사문서화 될 수 있다. 특히 규약위반을 이번처럼 담담하게 인정할 정도로 만연된 분위기는 분명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lsyoo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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