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감독 교체, 韓프리미어리거에겐 ‘독’이었다
입력 2013-12-28 09:58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QPR 이적 후 감독 교체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칼바람은 박지성의 입지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카디프 시티의 말키 맥케이 감독이 경질되면서 김보경의 입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구단주와 불화로 떠나는 건데 감독 교체가 꼭 부정적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를 살펴보면, 감독 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적은 거의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진입장벽을 무너뜨린 ‘1호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박주영, 지동원, 김보경, 기성용, 윤석영까지 총 11명의 한국인 선수가 축구종가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자신을 믿고 데려온 감독이 경질되지 않은 건 이동국(미들스브로-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박주영(아스날-아르센 벵거 감독), 윤석영(QPR-해리 레드냅 감독) 등 3명이다. 11명 가운데 8명, 72.7%가 감독 교체의 바람을 경험했다.
대부분 성적 부진에 따랐다. 클럽 입장에선 극약 처방이었다. 잔류를 했으니 성공한 팀도 있는 반면, 강등으로 실패한 팀도 있었다. 클럽마다 그 효과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대부분 웃지 못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 속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까지 찾아와 설득한 마크 휴즈 감독을 따라 QPR로 이적했는데, 함께 한 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레드냅 감독이 새로 부임했는데, 박지성은 크게 중용되지 못했다.
이영표도 토트넘 시절 마틴 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온 뒤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라모스 감독은 베누아 아수 에코토를 왼쪽 수비수로 중용했고, 이영표는 결국 도르트문트로 떠났다.
설기현 또한 레딩에서 풀럼으로 이적했지만 감독 교체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풀럼의 유니폼을 입은 지 반년도 안 돼 로리 산체스 감독이 나가고 로이 호지슨 감독이 왔다. 호지슨 감독은 설기현을 배제했고 출전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김두현과 조원희도 토니 모브레이 감독과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사임한 뒤 수원 삼성으로 돌아오는 등 프리미어리그에 생존하지 못했다. 선덜랜드에서만 4명의 감독을 모신 지동원은 이제 선덜랜드를 떠나려 하고 있다. 잠재 능력은 항상 인정받았지만, 선덜랜드의 현 주전 공격수를 꿰차지 못했다.
그나마 그 칼바람에서 흔들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킨 건 기성용뿐이다.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경질되고 구스 포옛 감독이 새로 부임했는데, 기성용은 주전 미드필더로 확실히 굳혔다. 지난 27일 에버튼전에서 자신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직접 찰 정도로 믿음도 강하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