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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는"…조준희 기업은행장, `눈물`의 퇴임식 왜?
입력 2013-12-27 11:23  | 수정 2013-12-27 11:24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늘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27일 퇴임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33년간 기업은행에서 인생을 배웠고, (지난 3년은)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낡은 관행과 폐습은 끊임없이 고쳐 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 세계 초일류은행의 꿈,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시키는 꿈은 이곳에 남겨두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대한 은행이란 돈을 잘 버는 것 뿐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등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해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 신뢰받는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조 행장은 "30년 전 행원 시절 꿈꿨던 원샷 인사와 20년 전 동경지점 차장 때 꿈꿨던 오대양 육대주 글로벌 네트워크, 10년 전 동경지점장 때 꿈꿨던 문화콘텐츠 산업육성 등의 꿈을 행장 시절에 이뤘다"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꿈꿔 왔던 모든 것을 이루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선주 신임 은행장을 중심으로 기업은행을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어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행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먼저 세상을 등진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난 동료가 있다. 그 분들은 제가 영원히 안고 가야할 마음의 빚"이라며 "백훈기 지점장, 오경의 팀장, 김
동군 차장, 엄기주 차장, 이정철 차장, 조은희 과장, 고미정 과장, 문현성 계장, 김여진 계장 등의 이름을 거명, 1만3000명의 임직원과 함께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하며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다.
조 행장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동안 직원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직원들은 조 행장이 말을 잇지 못할 때마다 박수 갈채로성원을 보냈다.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부디 임직원 여러분들이 서로 합심해 '눈뜨면 출근하고 싶고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직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조 행장은 3년 전 취임식 때도 세상을 먼저 등진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주위를 숙연케 한 바 있다.
업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근무 등으로 병을 얻어 숨지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원들을 향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것이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 첫 내부출신 은행장으로 직원들의 개인사정과 고민 등으로 속속들이 알고 살피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 행장은 "회사와 일 밖에 몰랐던 자신의 세대는 '반쪽짜리 인생'"이었다며 "근무시간(퇴근시간) 정상화는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재임기간 직원들의 야근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일은 확 줄이고, 오후 7시가 되면 개인 컴퓨터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조치했다. 각 지점의 평균 퇴근시간을 비교해 야근이 잦은 곳은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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