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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반짝했던 조성우 “해결사로 돌아온다”
입력 2013-12-27 06:01 
SK의 조성우는 지난 3월 30일 프로애구 LG와의 개막전에서 대타 2점 홈런을 날렸다. 프로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3년 3월 30일,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의 선발 엔트리는 많은 야구인과 야구팬을 놀라게 했다.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새 얼굴이 많았다. 갓 프로에 입문한 이들은 아니었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구슬땀을 흘렸고, 그 기다림 끝에 1군 무대를 밟았다.
개막전만 그렇진 않았다. SK는 시즌 내내 젊은 피가 수혈됐다. 백인식, 한동민, 이명기, 조성우, 김경근 등이 그토록 바랐던 ‘기회를 얻었다.
처음이란 것만큼 설레는 건 없다. 그리고 머릿속에 또렷이 남는 것도 없다. 프로야구선수로서 첫 시즌의 첫 경기는 더욱 설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그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건 조성우였다.
조성우는 새로 역사를 썼다.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2-2로 맞선 7회 1사 2루 찬스서 임훈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LG 투수 이상열의 4구를 통타, 왼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렸다. 프로 1군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는데, 프로야구 출범 이래 4번째 진기록이었다.
조성우는 첫 홈런이니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팀은 졌기 때문에 마냥 기쁘진 않았다(SK는 8회 대거 5실점하며 4-7로 역전패했다)”라며 씁쓸해 했다.
조성우는 아쉬워했지만 ‘대타 홈런은 그를 상징했다. 11일 뒤 다시 한 번 대타로 나가 또 아치를 그렸다. 지난 4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2-0으로 앞선 7회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쳤다. 필요한 순간마다 한방을 날리니, 그 ‘해결사 이미지는 참 강렬했다.
그렇지만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이후 조성우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반짝했는데 ‘반짝 스타가 되어버렸다. 조성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기회도 줄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LG전을 끝으로 1군 경기에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더 이상 ‘부름은 없었다.

조성우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1군에 데뷔한 뜻 깊은 한 해지만,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다. 몇점을 스스로 매기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했다. 조성우는 2군에 있을 때는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1군에 올라가보니 그렇지 않더라.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막상 1군을 경험하니 2군과는 천지차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2군에 내려간 뒤 못 올라갔으니 많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성적이 부진했던 것에 대해서는 커져가는 부담감과 정신력 부족을 들었다. 조성우는 시즌 초반만 해도 겁 없이 덤볐다. 공이 눈에 보이면 무작정 쳤다. 그러나 경기를 할수록 차차 부담이 쌓이더라. 이것저것 생각도 많아졌고 자신감도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모르게 이름값 있는 투수를 상대할 때 긴장이 됐다. 1군을 경험하니 정신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조성우는 지난 아픔을 바탕으로 올해보다 더 찬란하게 빛날 내년을 꿈꾸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가진 마무리 훈련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이만수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마친 뒤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며 흡족해 했다. 조성우 또한 타격에 점차 눈을 떴다.
조성우는 김경기 타격코치님은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주셨다. 도망가는 경향이 있다며 공격적으로 치라는 주문을 하셨다. 현재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에서 느낌이 꽤 좋았다. 스프링캠프에 가면 훈련양도 많아지니 시즌 개막에 맞춰 충분히 (새 타격을)완성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성우는 못내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연봉은 크게 올랐다. 45.8%가 상승한 3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조성우는 성적에 비해 많이 올려줬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의지를 다지나 실상 조성우는 내년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외국인선수 쿼터 확대에 따른 외국인타자가 뛰게 됐는데 루크 스캇과 포지션이 겹친다. 이름값이나 실력에서 스캇이 앞선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SK는 스캇을 영입하기 위해 비싼 돈까지 지급했다.
조성우는 2013년 1군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리 4홈런 11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7월 이후에는 1군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프로 데뷔 꿈은 이뤘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사진=MK스포츠 DB
자연스레 조성우로선 출전 기회가 충분하다는 보장이 어렵다.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등 입지가 불안하다.
그렇지만 조성우는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조성우는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잘 해야 한다. 1군 엔트리에 등록돼 보다 많이 뛰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목표다. 대타 등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잘 살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성우는 ‘해결사 이미지를 되찾고 싶어한다. 위기에 처한 비룡군단을 구하는 멋진 등장을 꿈꾼다. 조성우는 솔직히 오래 너무 못했다. 욕도 참 많이 먹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내년에는 SK 팬들에게 믿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찬스마다 내가 해결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선수 말이다. 그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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