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붙어도 간다는 이 대학, 합격자 보니…기절초풍
입력 2013-12-26 08:48  | 수정 2013-12-26 13:54

그를 만난 건 구로 디지털단지 내 파이온웍스 앞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마중 나온 그는 19살답게 피부가 깨끗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나이답지 않게 다부졌다. 수시로 일찌감치 대입을 마친 친구들은 놀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요즘, 그는 IT콘텐츠 서비스 업체 파이온웍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요새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19살이 참 부러웠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성탄 선물같은 합격 소식을 받은 그를 마주했다. 천성진(19, 가명) 학생은 최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에 합격했다. 사이버국방학과생은 향후 국가안보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명 공개는 불가능했다. 2년 전 설립된 이 학과는 사이버국방과 관련해 장교급 인력을 양성한다. 학생들은 해킹 등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물론 수사법, 전산학, 정보보안 정책 등을 연구한다. 이번 수시전형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 추가로 합격한 유수의 인재들이 이곳을 선택했다. 이들은 향후 해킹이나 디도스 등 사이버 테러를 막아내는 사이버 인재로 활동하게 된다. 일정 성적을 유지한다면 학과 생활 내내 전액 장학금이 보장되고 생활비도 지원받는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3만 명의 해커를 양성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에 따르면 3·20 사이버 테러 등을 통한 국내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한다. IT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사이버전 수행 인력은 400여명 수준. '전문가'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정보보안 전문가는 2000여명 수준이다. 중국은 12만 명, 미국은 10만 명의 정보보안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천군은 "교내 해킹 동아리인 Layer7 동기 13명 중 10명 정도가 보안이 아닌 프로그램 개발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며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 재고와 인력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군은 보안 전문가를 꿈꾸며 사이버국방학과에 진학했지만 이미 준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을 위해 진행하는 화이트 해커 양성 프로그램인 BOB(Best Of the Best)에서 최종 6인에 선발됐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으로 사이버 인재 양성은 물론 정보보호 산업 발전을 위한 코리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시큐리티 포럼(K-BoB Security Forum) 발족도 진행 중이다. 한 군은 BOB 활동 당시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해킹에 오롯이 매달렸다. 관련 해외 논문만 수 백장이 쌓였다. 과제로 받은 코드를 읽기 위해 이틀에 4시간씩 자고 모의 사이버전을 이끄는 등 강행군을 이어간 끝에 그는 정보보안 최우수 인재를 의미하는 최종 6인으로 뽑혔다.
그의 꿈은 최초의 정보보안 전문가 출신 국정원장이다. 처음에는 보안솔루션 개발과 관련한 창업을 고민했지만 최근 이슈들을 접하면서 목표가 굳어졌다. '사람을 돕고 싶다'는 처음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보보안 전문가로서 범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검거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꿈에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천군은 최근 소셜 네트워크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과 데이터 마이닝(Data Minig),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등을 공부하고 있다. 온라인 상 의미 있는 정보를 수집해 범죄 발생을 예상하고 예방하는 기술이다. 한 군은 "사이버 테러는 물론 빅데이터 속 범죄 정보를 미리 읽어내고 이를 막아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지지와 응원을 많이 받는 만큼 반드시 한국의 보안인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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