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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방청객⑥] “참여형 방청, 힘들어도 재미있으니 괜찮아”
입력 2013-12-24 15:28 
사진=MBN스타 DB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SBS 프리즘타워 1층 로비는 붐볐다. 딱 봐도 패션 관련 업종에서 일할 것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사람들부터 말끔한 정장차림의 남성들, 스튜어디스로 보이는 이들까지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패션왕 코리아 녹화에 방청객으로 참여하는 이들이었다. 원래 집합 시간은 10시였다. 정확히는 10시 녹화 장소에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로비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학교로 요청이 왔고, 그냥 처음 방청객이라는 걸 체험해보는 거니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어요. 특히 패션 관련 프로그램이라 더욱 관심이 끌렸죠. 방송이 기대돼요.” - 동덕여자대학교 모델과 학생

이 이야기는 약속되었던 입장 시간이 1시간이나 훌쩍 지난 때였다. 그저 입장이 조금 늦어지는 구나”정도였다. 별다른 불만은 없다. 아니, 오히려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원래 방송국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인 듯 보였다. 이미 촬영된 녹화 분을 보고 웃음소리와 박수소리를 녹음하려 모였던 방청객들과 같은 상황이지만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11시. 드디어 인솔자를 따라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드디어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방송에 방청객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연습이 시작됐다. 버튼(프로그램에서 경연이 진행될 당시, 마음에 드는 의상이 있으면 누르는 리모컨. 이 버튼을 이용한 투표는 출연진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을 누르고, 박수와 환호 연습을 반복한다.

11시30분. 조금 전에 연습했던 대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녹화가 시작됐다. 녹화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제법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방청을 하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소리치고 싶을 때 소리치는 모습들이었다.

1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는 출연진들에게 주어진 미션 수행 시간으로, 말이 휴식이지 방청객들은 자리에서 이동할 수 없었다. 출연진이 없는 틈을 타 인터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주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사람들 위주로 흘러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일반인 한 명에게 마이크를 건넸지만 인터뷰는 3초를 넘지 못했다.


누구의 옷이 가장 기대되세요?” (MC 김환)
이지훈이요.” (방청객 1)
왜 이지훈 씨의 옷이 기대가 될까요?” (MC 김환)
기대하라고 하셔서요.” (방청객 1)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MC 김환은 다른 일반인 방청객에게 다시 한 번 대답을 유도했으나, 역시나 같은 패턴의 답이 돌아왔다. 결국 그는 머쓱한 미소만 머금고 다음 순서를 진행해야했다.


미션을 마친 출연자들이 만든 옷들이 무대 위에 올랐고 런웨이가 펼쳐졌다. 방청객들은 이 무대를 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향해 앞서 연습했던 대로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함께 온 친구들과 쑥덕거리기도 하고, 진중하게 의상에 집중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하지만 버튼을 누른 이후 또 한 번 인터뷰를 시도하려 한 김환의 노력은 역시나 허무하게 끝났다.

그렇게 녹화시간이 길어질수록 방청객들은 더욱 지친 모습이었다. 박수소리, 함성소리가 작아졌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들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방송에 이들의 얼굴이 나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추기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어르고 달랜다.

사진=SBS ‘패션왕코리아 방송캡처

드디어 녹화가 끝났다. 출연진은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준 방청객들을 향해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다소 지친 듯 보이지만 방청객들도 표정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서로 수다를 떨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방청에 참여한 항공대학교 학생 이수하(21·여·가명) 씨는 솔직히 오랜 시간 진행된 녹화에 지쳐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리도 불편했고,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지루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들었다지만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이에 이 씨는 연예인들도 만나고 방송국 구경도 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방청을 와서 수다를 떨고 새로운 것을 보니 기분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중간 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MC 분이 말도 시켜주시고 지루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주셨다. 연예인들도 친절하게 해주셔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웃어보였다.

매번 이 프로그램의 방청객으로 참여하고, 특히 이날은 직접 방송에 출연한 모델 이하실(21) 씨 역시 제가 보고 싶어서 왔지만 오래 기다려야하고 자리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델 박보성(21) 씨는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이런 전문적인 분야의 프로그램이 생긴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청객이라는 이름으로 있지만 정말 다른 반응이다. 영상을 보고 웃음소리를 녹음하는 방청객들은 한 프로그램을 보면 녹초가 되어서 스튜디오를 벗어날 수 있었고, 허탈함이 맴돌았다. 하지만 참여형 방청은 방청객이 방송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함께 방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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