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 대통령의 첫 회견, 안철수의 새 문법, 여당의 새 지도부
입력 2013-12-24 11:50  | 수정 2013-12-25 12:02
연말이다 보니 새해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합니다.

"내년에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러 수석이 함께 머리를 맞대 국민에게 제시할 어젠다와 내용을 잘 준비해달라"

박 대통령은 내년 설 특별사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년 전으로 되돌아가면 박 대통령은 특별 사면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잠깐 그때 애기 들어보죠.

▶ 인터뷰 : 조윤선 / 당시 당선인 대변인 (지난 1월)
- "이번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 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물론 이번 사면은 서민 생계형 범죄자에 국한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칙은 한발 물러선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간담회를 하라는 주변의 숱한 권유를 뿌리쳐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활용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TV를 통해 생생히 전달된 적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김종훈 전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때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3월4일. 김종훈 후보자 낙마관련)
-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이 이후로는 박 대통령이 국내 방송사 TV 앞에서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왜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요?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9개월 동안 기자회견을 한 횟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 3회, 김대중 전 대통령 8회, 노무현 전 대통령 11회, 이명박 전 대통령 4회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에게는 늘 꼬리표처럼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습니다.

그래서 특별사면도 그렇고, 신년 기자회견도 그렇고 어쩌면 이런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고, 민심을 추스르려는 차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박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참모들은 다를 겁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6.0%p 하락한 48%를 기록했습니다.

리서치뷰가 지난 18일 대선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1.4%p 하락한 44.3%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해도, 참모들은 40%대로 내려온 지지율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겁니다.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려 공기업 개혁을 강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지지율이 낮으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그럼 여기서 청와대 취재기자 연결해 관련 내용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김성철 기자

[1. 박 대통령 기자회견 형식은 정해졌습니까?]

[2. 주로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3. 최근 논란이 큰 철도노조 파업이나 국정원 선거개입 등 민감한 이슈도 포함됩니까?]

[4. 특별 사면 대상은 누구누구입니까?]

박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과 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안철수 의원도 새해를 맞아 뭔가 새로 해보려는 모양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 정치의 요람인 서울 여의도에 새 둥지를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어제)
- "기성정치 문법 버리고 새로운 문법을 꼭 찾아내겠다. 일사불란 대신 새 정치의 소신과 함께 하겠다. 이 작은 공간에서 시작되는 새 정치의 힘찬 출발을 성원해주십시오."

안철수 의원이 말한 새로운 문법은 뭘까요?

진영과 이념의 자리를 국민의 소중한 삶이 대신할 수 있다고 했으니, 새로운 문법은 바로 그런 것이겠죠?

그런데 이런 얘기는 지난 대선 때도 숱하게 들어왔던 말입니다.

진영과 이념 논리에서 벗어나겠다, 국민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많이 들어왔던 말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말이 아닌, 정말 구체화된 그 무엇인가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안 의원은 어제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꼬집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어제)
- "요즘 정부와 여당은 소통이라는 말은 쓰지 않기로 돼 있는 모양이다. 뜻이 다른 국민, 반대하는 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부는 모두의 정부여야 한다."

이 말은 안 의원에게도 하고 싶습니다.

이젠 정말 추상적이 아닌 구체화된 무엇인가를 보여달라는 국민 목소리에도 소통해달라고 말입니다.

'추상적이다' '뜬구름 잡는 격이다' 등등과 같은 말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국민 요구에 응답해 달라고 말입니다.

새누리당에서도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바로 조기 전당대회론입니다.

정우택 최고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어제)
- "인적 쇄신 차원에서 조기 전대 아니라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큰 선거 앞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조기 전대 혹은 선대위 체제에 대해 해볼 필요가 있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5월 중순에 끝나는데, 그전에 조기 전대를 하자는 겁니다.

명목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실상으로는 무기력한 현 지도부를 바꾸자는 의미가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특검, 그리고 철도노조 파업까지, 지난 1년 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일들이 끊이질 않았는데, 그 중심에 새누리당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있었지만, 중재에 나선 새누리당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조기 전대가 실시된다면 아마도 이런 문제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꿔보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새해에는 이러한 새로운 변화들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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