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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푸른 피’, 곽희주의 묵직한 블루사랑
입력 2013-12-24 09:38 
올해 초 팬즈데이 행사에서 팬들과 함께 즐기던 곽희주의 모습. 그가 올해 마지막 행사에서도 훈훈한 블루 사랑을 실천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수원블루윙즈 축구단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수원 구단은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대연회장에서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 소속 장애아동과 부모를 만나 ‘블루윙즈 사랑의 기금 전달식을 갖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 자리에는 No.1 수문장 정성룡과 수원의 미래라 불리는 미드필더 권창훈이 참석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 ‘푸른 피의 사나이라 통하는 수비수 곽희주였다. 2003년 수원에 입단한 후 2013년까지 11시즌 동안 오로지 수원의 유니폼만 입고 K리그 필드를 누볐던 ‘원클럽맨 곽희주가 구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딱히 이상할 것은 없는 일이다. 뼛속까지 수원맨이라는 곽희주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곽희주는 프로데뷔 이후 지금껏 수원의 푸른 유니폼만 입었다. 정규리그만 285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기량이지만, 그 자랑스러운 이정표가 어쩌면 곽희주의 K리그 커리어 최종이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곽희주가 수원을 떠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올 시즌을 끝으로 수원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곽희주의 상황과 새로운 미래를 위해 팀 리빌딩을 선언한 수원 구단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이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곽희주의 높은 연봉이 부담스럽다. 곽희주 자신도 후배를 위해 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직 이별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라 속단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의 흐름을 봤을 땐 2013년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크다. 때문에, 한창 마음이 심란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수원 팬들과 함께한 곽희주의 모습은 훈훈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K에서는 날 원하는 팀도 없을 것이고 갈 생각도 없다. 그건 수원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는 뜨거운 이야기까지 전했던 인물이다. 역시 ‘푸른 피의 사나이라 불릴만하다. 곽희주의 묵직한 수원사랑은 23일 행사 속에도 묻어있었다.
이날 수원 구단은 ‘블루윙즈 사랑의 기금을 전달했다. 기금은 2013년 동안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모은 성금 + 경기장 장외행사를 통해 모은 성금 + 선수단이 참여한 사랑의 솜사탕 판매 수익금 등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금액이 4,634,850원이었다.

행사 후 수원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훈훈한 미담을 알렸다. 그런데 몇 분후 수정된 자료가 다시 보내져 왔다. 앞선 자료에 금액이 무려 200만원이나 틀리는 ‘심각한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실수는, 곽희주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애초 모인 금액은 언급한 4,634,850원이 맞았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전달된 금액은 6,634,850원이었다. 곽희주가 행사 자리에서 개인적인 성금으로 200만원을 쾌척했기 때문이다. 금액의 크기를 떠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수원을 생각하는 마음, 수원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곽희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팬즈데이 행사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으로 팬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행사에서도 모범을 보였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오로지 수원의 푸른 방패였던 곽희주. 아직 결별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슴 아플 수원팬들이 많을 것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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