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강영국 기자
'달빛아래 선남선녀 한데모여 춤을추니/ 엄동설한 왠말이냐 용강로가 따로없네/ 날이춥다 칭칭감고 왔다가는 땀띠나니/ 외투속에 정열숨긴 바바리맨 본받으세.'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의 단독 콘서트 홍보 문구였다.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가. 용기·패기·똘기로 뭉친 싸이 아니던가. 싸이가 또 한 번 관객을 미치게 했다. 싸이의 무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변함없이 관객이 아닌 광객(狂客)이 됐다.
싸이는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올나잇 스탠드-달밤에 체조'를 했다. 1만 2000여 명이 입추의 여지 없이 공연장을 채웠다.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로이터·AP·AFP 등 외국 유력 통신사들까지 예외는 없었다.
섭씨 0.5도의 바깥날씨였지만 공연장 안은 처음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챔피언', '연예인', '라잇 나우(RIGHT NOW)'로 문을 연 싸이의 등장은 그의 뒤를 받친 라이브 록 밴드 사운드만큼이나 강렬했다. '180도 변해 돌고 돌고 지금부터 미쳐 볼란다라는 싸이를 앞에 두고 환호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사진=강영국 기자
잠시 숨을 고른 싸이는 "엇갈린 평가가 있었던 '젠틀맨' 이후 신곡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사실 2002년 '챔피언'을 쓰고 나서 10년간 이 노래를 극복하는 시간이었다. 10년이 걸려서 '강남스타일'이 나왔는데 이제 2022년인가? 그럴 수 없어 계속 (신곡을) 쓰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그는 또 "나에게는 가수로서의 하루일지 모르지만 여러분은 큰 마음 먹고 온 것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난 고객을 대하는 업주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지구력 근력 끈기만 있다면 오늘 집에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관객을 들끓게 했다.
다시 공연장 바닥이 들썩일 정도의 사운드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십여 대의 레이저·사이키 조명,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화염 등을 연출하는 특수 장치가 공연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
'끝', '내눈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 '새', '어땠을까', '젠틀맨', '흔들어 주세요', '아버지', '위 아더 원(We Are The One)', '예술이야' 등 그의 히트곡들은 웅장하면서도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다. 공연장 안 스탠딩석과 좌석의 구분은 애초에 의미가 없었다. 모든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형광봉을 흔들고 '시건방춤'(젠틀맨)을 추며 그에게 열광했을 뿐이다. 게스트로 나선 '국민 남동생' 이승기조차 이날 콘서트의 주객전도는 힘든 일이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이 콘서트의 볼거리 중 빠질 수 없는 '여장 무대'도 여전했다. 앞선 콘서트서 비욘세를 흉내낸 '싸욘세'로 큰 웃음을 줬던 싸이는 이번에는 원더걸스 선미로 분했다. 그는 몸에 달라붙는 빨간 의상을 입고 '24시간이 모자라'를 불렀다. 엉덩이를 실룩대는가 하면 온 몸을 쓰다듬는 그의 능글맞은 교태에 관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콘서트의 공식적인 대미를 장식했다. 예전부터 싸이의 콘서트는 절정 따위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가 절정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의 힘은 대단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팬들은 약속이나 한듯 '강남스타일'의 '말춤'과 노래를 합창했다.
그는 이미 앞선 수많은 무대에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임을 증명했지만, 이번 공연은 더욱 남달랐다. 그는 이날 발라드, 록, 일렉트로닉 장르의 자작곡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거리를 제공했다.
싸이는 콘서트 도중 땀범벅이 된 얼굴로 감격해했다. 그는 "오랜 해외 생활을 하면서 한국이 그리웠다. 외로움과 싸움이 크다. 나의 자리는 이곳인데 무슨 영광을 누리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아야 하나 생각할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싸이는 곧 발매 예정인 신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쓴 '강남스타일' 대성공 이후 쓴 ‘젠틀맨은 글로벌 팬들을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나답지 못한 곡이 나온 것 같다. 신곡에서는 예전의 ‘양(아치) 끼있던 내 모습을 그대로 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 남아 있고 싶지만 여러분의 응원을 동력으로 되든 망하든 내년에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해볼 테니 또 한 번 힘을 달라"며 환하게 웃었다.싸이는 공식 무대를 마무리했지만 그가 추가 준비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계속 됐다. 싸이는 24일까지 열리는 '달밤에 체조'를 통해 총 6만명(5회)을 동원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가까이 호흡한 6만명의 관객과 싸이의 가슴에 박힌 한 구절이 있을 테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꿈이야/ 너와 나 둘이서 추는 춤이야/ 기분은 미친 듯이 예술이야/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심장은 터질 듯이 예술이야.(싸이 예술이야‘ 노랫말 中)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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