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친환경건물 못믿어…설계부터 제대로"
입력 2013-12-22 18:22 
"친환경 건축물 인증,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등 국내 친환경 관련 인증들은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고려 없이 외국 제도들의 겉모습만 베낀 실효성 없는 제도입니다. 호화청사에다 에너지 다소비의 대명사로 꼽히는 성남시 신청사가 친환경건축물 우수등급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용식 건국대학교 부총장(사진)은 88올림픽 둔촌동 경기장 설비 마스터플랜 등 국내외 수천 개 건물의 실무설계 경력을 갖고 있다. '공공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 및 설비의 녹색화 방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그는 지난 5일 스마트그린건축도시연구소를 개설했다.
김 부총장은 22일 인터뷰에서 "서울시 신청사의 경우 전면 대형 유리 아트리움을 타고 내려오는 한겨울 냉기로 인해 로비에 30분 이상 서 있기가 힘들 정도"라며 "여름엔 40도가 넘게, 겨울엔 더 춥도록 공공건물을 설계하고 그 안에 일하는 사람들더러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그렇다고 단열재를 더 두껍게 하고, 3중 유리를 쓰고, 유리 면적을 50% 이하로 낮추는 식의 접근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축물 설계 단계부터 건물 전체의 에너지 사용 패턴과 사용량을 파악하면서 건축가의 창의성을 살리는 쪽으로 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특히 바람과 햇볕을 감안한 친자연적인 건축 디자인을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녹색건물, 제로 에너지 건물의 단적인 예로 해인사 장경각과 석굴암을 들었다.
김 부총장은 "합천 해인사 장경각은 인위적으로 온도나 습도를 조절하지 않고 환기, 채광을 고려해 평면과 입면을 설계한 제로 에너지 건물"이라며 "창 크기 조절로 외부의 건조한 공기가 내부에 퍼진 후 빠져나가도록하는 등 대장경을 자연친화적으로 보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람길을 응용하는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평범한 상식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며 "건축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엔지니어링과 통합설계를 유도할 수 있도록 건축허가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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