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우려한 규제 행정에 아파트에 곰팡이

지은지 얼마 안된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곰팡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입주자들이 확장을 할까봐 베란다 외벽에 단열재를 못넣게 한 행정규제 때문이었습니다.
이혁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입주한 서울의 한 아파트 베란다 벽면에 겨울이 되자 곰팡이가 가득 피었습니다.

걸레로 벽을 닦아보니 물기가 흥건하고 물이 마루로 떨어져 이미 바닥이 썩기 시작했습니다.

곰팡이의 원인은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로 생긴 결로현상 때문입니다.

건설전문가들은 베란다 외벽에 단열처리가 안돼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로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해당 아파트의 건설사도 이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시당초 단열재를 넣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건설사 기술부 관계자
-"승인을 받을 때 도면상에 확장개념으로 (단열재를 넣으면) 승인을 안해줘요."

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이 외벽에 단열재를 넣으면 입주자들이 불법확장을 할까봐 문제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금지시킨 것입니다.

인터뷰 : 구청 담당 공무원
-"단열재를 못하게 했죠. 확장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확장으로 간주해 못하게 했었습니다."

결로는 소음에 이어 아파트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건설사가 내놓은 해결책은 베란다 창을 열어두라는 것.

입주자는 한겨울에 추위와 바깥 소음을 참고 열손실 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합니다.

인터뷰 : 이승언 / 건설기술연구원 건축부장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쓸면 하자인가 아닌가 논란이 생깁니다. 명확한 판정기준이 필요합니다."

건설교통부는 뒤늦게 관련 규정 마련에 들어갔지만 뒷북 행정에 죄없는 입주자들은 새 아파트의 벽을 닦고 또 닦아야 합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