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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종영②] 시작은 가족극, 끝은 공포물?…산으로 간 스토리
입력 2013-12-20 17:28  | 수정 2013-12-20 18:27
[MBN스타 금빛나 기자] 많 많았고 탈 많았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스토리 그 자체에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같은 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달라도 너무 다른 ‘처음과 끝을 보여준 것.

지난 5월 20일 첫 방송된 ‘오로라 공주는 2011년 방영된 ‘신기생뎐 이후 임성한 작가의 2년 만의 안방복귀 작품으로 먼저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 장서희-이다해-윤정희-임수향 등 이른바 ‘중고 신인배우를 파격적으로 캐스팅해, 그들을 인기배우 반열에 올렸던 임성한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남녀주인공에 전소민-오창석이란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주인공으로 파격 캐스팅 해 관심을 쏠렸었다.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전소민 분)는 임성한 작가의 전작 속 여자주인공과는 달랐었다.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등의 여자주인공들이 가난한 집안, 청순가련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단 있는 성격으로 운명을 극복해내는 캐릭터였다면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는 처음부터 부잣집 고명딸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였다.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오창석 분)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당돌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는 기획의도에 맞게 초창기 오로라는 얄미울 정도로 활기찼다.


당시 오로라는 손가락질로 한 줄의 명품 가방을 훑어 계산할 정도로 오만방자했으며, 예비 시월드 앞에서 인간의 도리를 운운하는 모습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은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첫눈에 반한 황마마에게 가짜 기자 행세를 하며 다짜고짜 다가가는 모습도 마냥 사랑스러워 보였다.

황마마 역시 세 누나들 사이에서 컸지만 냉정함과 고고함을 잃지 않는 선비 캐릭터였다. 황마마의 세 누나 역시 극성맞긴 했어도 우아한 생활을 즐기는 골드미스들이었다.

한 때 황마마와 오로라 사이에 끼어들며 삼각관계를 펼쳤던 박지영(정주연 분) 또한 초반에는 사리분별이 분명한 기자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뽐냈다.

그랬던 ‘오로라 공주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급하게 돌변했다. 시작은 오대산(변희봉 분)의 죽음이었다. 오대산의 죽음으로 집안이 몰락하자 오로라는 다시 예전과 같은 생활을 누리기 위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오로라에 이어 박지영 역시 배우가 되겠다며 연예계로 뛰어들더니 돌연 캐릭터 특징이 바뀌었다. 할 말 다하고 살던 오로라는 어느새 부잣집 막내딸로 살았던 성격들을 버리고 보호해주어야 할 캔디가 돼 있었고 그녀의 곁을 지켜주던 세 오빠(박영규, 손지창, 오대규)마저 극에서 하차하자 이러한 면은 더욱 극대화됐다. 박지영은 시기심 많은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배우가 된 오로라의 뒤를 봐주기 위해 투입된 매니저 설설희(서하준 분)가 알고 보니 재벌 집 외동아들에 성격까지 완벽한 백마 탄 왕자님이 되면서 황마마의 인생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설설희와 오로라 황마마의 삼각관계가 이어질수록 설설희는 시월드마저 완벽한 인물이, 황마마는 지독한 누나보이에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할 줄 모르는 매력 없는 남자가, 그리고 오로라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설픈 어장관리녀가 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오로라와 황마마의 결혼식 이후는 더욱더 심해졌다. 초반 황마마의 세 누나와 미묘한 러브라인을 이루려던 오로라의 세 오빠가 극중에서 사라지면서 극에 공백이 생겼고,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오로라의 지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오로라의 모든 말은 고깝게 듣고, 그녀를 철저히 무시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불어를 사용하는 등 황마마의 누나들은 지독한 시누이가 돼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이 고집을 부려 오로라와 결혼식을 올렸던 황마마는 누나의 편만 들어주는 무능한 남자가 돼 있었다.

캐릭터가 급변하니 드라마의 이야기는 산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박지영의 엄마 왕여옥(임예진 분) 오로라의 엄마 사임당(서우림 분)마저 죽으면서 캐릭터는 또 한 번 변하게 된다. ‘못됐던 박지영은 개과천선해 천사 캐릭터가, 오로라는 완벽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라이벌이었던 박지영과 오로라는 절친이 됐다.

더욱 황당함을 안긴 것은 바로 설설희와 황마마의 관계였다. 오로라와 결혼 전 설설희의 욕을 하고 다니던 황마마는 이혼 이후 오로라가 설설희를 다시 만나게 됐음에도 그런 그를 원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설설희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청해서 병간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둘은 마치 친 형제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과거 자신이 다투었던 한 여자를 두고 한집에 사는 기묘한 동거의 형태를 띠게 됐다.

어처구니없고 개연성 없는 전개로 인해 기획의도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황마마는 남자주인공임에도 극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겪게 됐고, 드라마는 ‘황마마와 오로라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설설희와 오로라의 사랑이야기로 바뀌게 됐다.

이와 같은 캐릭터 전환은 극중 인물들의 하차와 궤를 같이한다. 실제 오로라 세 오빠의 죽음, 왕여옥의 죽음, 사임당의 죽음으로 극의 분위기가 크게 좌우됐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생긴 빈자리를 그냥 둘 수 없었던 ‘오로라 공주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로 수혈시키며 다시 극을 이끌어나갔고 그로 인해 극의 흐름은 중구난방이 되고 말았다. 일을 벌일 데로 벌린 ‘오로라 공주는 처음과 나중 다른 캐릭터와 배우들만 남긴 채 평범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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