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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의 ‘고자세’, 지동원의 운명을 좌우한다
입력 2013-12-18 06:01 
지동원은 선덜랜드를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선덜랜드의 배려와 용단 없이는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동원(22)의 선덜랜드 탈출기가 올 겨울 펼쳐진다. 헛된 꿈은 아니다. 지동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팀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르트문트다. 이적 협상은 겨울 이적시장이 문을 열기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터다.
지동원이 성공적인 임대 신화를 썼던 분데스리가가 됐든, 아니면 전혀 다른 무대가 됐든 중요한 건 ‘지동원의 의지가 아니다. ‘선덜랜드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 선덜랜드가 욕심을 줄여야 한다.
지동원은 이적료가 없는 자유계약선수가 아니다. 2011년 6월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선덜랜드로 이적했는데, 계약기간은 3년이다. 내년 6월이 되면 지동원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그러나 지동원은 겨울 이적시장에 새 팀을 물색하고 있다. 6개월이긴 해도 엄연히 선덜랜드와 잔여 계약이 남아있는 몸이다. 이적료 책정이 불가피하다.
임대 후 이적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선덜랜드와 재계약도 물 건너갔다. 통상 계약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남으면, 팀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지동원을 팔아, 이적료를 챙길 심산이다.
문제는 그 이적료가 ‘헐값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을 경우 이적료가 대폭 줄어든다. 6개월 뒤면 돈 한 푼도 챙기지 못하니, 원 소속팀에서는 납득할 만한 적정선에서 선수를 판다.
그런데 선덜랜드는 지동원의 이적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선덜랜드는 도르트문트 이적 시 500만파운드(약 86억원)를 원하고 있다. 선덜랜드가 지난 2011년 전남에 지급한 이적료는 350만달러(당시 약 32억원)였다. 2.7배나 폭등한 것이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설 기회를 잃었고, 딱히 보여준 게 없다는 걸 고려하면 ‘지나친 욕심이다.
당장 이적 루머에 놓인 도르트문트가 주전 공격 자원보다 백업 공격 자원이 될 지동원에게 그렇게 큰돈을 쓸 리가 없다. 더욱이 지동원은 현재 발목도 다쳤다. 크게 깎으면서 협상을 가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도르트문트가 아닌 다른 팀이라 할지라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선덜랜드가 도르트문트와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하느냐가 지동원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선덜랜드가 등을 아예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혼다 게이스케(일본)을 봐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CSKA 모스크바는 지난 여름 혼다의 이적을 막았고, 결국 혼다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선수로 AC 밀란으로 이적했다. CSKA 모스크바야 헐값에 AC 밀란에 팔기보다는 ‘단물을 모두 빨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선덜랜드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지동원과 같은 사례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껏 보였던 선덜랜드의 태도를 봐선 지동원을 하루라도 빨리 팔기 위해 허리를 숙일 정도는 아니다. 자칫 틀어질 경우, 그 피해는 전적으로 지동원에게 돌아온다. 자유계약선수가 되려면 6개월의 기다림이 더 필요한데, 2014브라질월드컵 참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칙 된다. 결국 지금이 떠나야 할 시기다. 그렇기 위해선 선덜랜드의 ‘배려와 ‘용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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