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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꽃할배·푸른거탑·나인’으로 본 2013 방송가
입력 2013-12-17 19:33 
2013년 방송가는 1%의 남다른 발상과 일상, 틈새에서 건져올린 콘텐츠가 흥행 공식 판세를 바꾼 한 해였다.
케이블채널의 약진이 눈에 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사이, CJ E&M은 걸출한 작품을 여럿 내놓으며 각종 현상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에 이은 tvN '응답하라 1994'의 흥행 열풍, '꽃보다 할배'라는 새로운 예능의 표본,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된 '나인'이 그렇다. ‘새로운 시장 발굴과 가치 창조의 한 해라 평가할 만하다.
실버세대, 군인, 하숙생, 부모와 자녀, 1인 가족 등 다양한 세대에 대한 조명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할배'는 실버산업의 호황기를 불렀다. 3040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과 소비문화 창출 등 신드롬을 넘어 방송 콘텐츠 이상의 저력을 발휘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1%의 남다른 발상에서 탄생됐다.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출발했다는 데에 시사점이 있다. 기존에는 없었던, 아주 특별한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변과 일상들을 ‘꼼꼼히 들여다 본 결과라는 것이다.
CJ E&M 미디어기획담당 최수경 국장은 올해 방송가는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의 코드 속에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녹아 들어가,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이야기라는 공통분모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세대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다는 것이 2013년 히트 공식"이라고 말했다.
◇ 추억에 응답하다
'응답하라 1994'는 대한민국을 ‘추억앓이에 빠뜨렸다.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는 '응답하라 1997'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선보인 작품이다.
전국팔도에서 올라온 지방생들이 서울 신촌 하숙집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상경기를 그렸다. 지방 사람들의 좌충우돌 상경기가 지방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서울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며 또 한 번 전 세대를 아울렀다.
20년 가까이 지방에서 살다가 대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하숙생들의 이야기는 서울에 대한 환상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안겼다.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타지에서 살면서 겪는 외로움과 하숙생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려냈다.
시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가족애와 청춘들의 성장기를 통해 지금 세대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이다.
특히 ‘응답하라의 전매특허인 ‘가까운 과거 90년대로 떠나는 추억여행은 또 다시 세대 간의 소통을 이끌어냈다. 10대와 20대는 물론 30∼50대까지 남녀노소와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0년대 유행한 삐삐, 매직아이, 과자 등을 비롯해 과거 서울 모습과 사회적 이슈들이 그 당시를 보낸 부모 세대와 당시 배경과 소품들이 새롭기만 한 자식들 간에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10대와 50대 남녀모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기록을 보이며 ‘세대 공감 콘텐츠임을 증명했다.
성시경의 ‘너에게,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 하이니의 ‘가질 수 없는 너 등 1990년대 인기 음악을 리메이크 한 드라마 OST 역시 인기를 끌었다. 해당 음원은 출시될 때마다 각 차트 1위를 차지하는 1990년대 대중문화 열풍을 재현했다.
◇ '할배'와 '누나'들의 활약
예능계에서는 ‘할배와 ‘누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꽃보다 할배'는 '중견 연기자들의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히트시킨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 콤비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대한민국 원로 배우들의 첫 예능 나들이란 점도 관심사였다.
뚜껑을 연 '꽃보다 할배'는 실버 예능의 전성기를 불러 왔다. 왕, 재벌회장, 가부장적 아버지 등으로 주로 출연했던 배우들의 근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성격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점이 전 세대에 걸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중견 연기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자 KBS2에서도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인 ‘마마도를 편성해 중견 여배우와 짐꾼 이태곤의 여행기를 방송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 사는 삶의 고수로 중견 배우 김용건을 섭외해 17년 째 독신으로 살고 있는 품격 있는 싱글 라이프를 소개하기도 해 ‘실버 예능의 물꼬를 텄다.
'꽃보다 할배'가 첫 방송된 7월 이후, 60대 이상 시니어 세대의 해외여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월 출발한 여행객의 연령 중 60대 이상 여행객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3% 정도 증가하는 등 시니어 세대에 여행 붐을 일으켰다.
드라마나 연극 등 극중에서 주연이 될 수 없었던 ‘할배들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힘입어 CF의 주역 자리를 꿰찼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류가 아닌 ‘할류의 주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할배 이후에는 ‘누나들의 여행기 '꽃보다 누나'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정상급 톱 여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났다. 직접 숙소를 예약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묻는 등 모든 여정을 제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여배우들은 극중 인물이 아닌 동네 ‘누나와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와 교감했다.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누나들의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에 첫 회 시청률 10.5%를 기록하며, 케이블 예능 역사상 첫 회 시청률 최고치를 달성하는 역사를 새로 썼다.
‘할배들과 ‘누나들. 예능의 주인공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 특정 세대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주역이 되어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냈을 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의 소재가 예능 속 스토리텔링과 만나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낯선 세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이는 올 한 해 예능의 분명한 트렌드였다.
◇ 군대 예능 열풍
군대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올 한해 예능가는 ‘군대로 시작해 ‘군대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남자들에겐 ‘바로 내 얘기라는 격한 공감을 자아내며 예능계를 점령했다.
군(軍)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예전부터 많았으나 올해는 그 양상과 파급력이 달랐다. 군대라는 요소가 단지 배경에 머무른 것이 아닌, 군대 그 자체의 진짜 모습을 깨알 같이 드러내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중에서도 tvN '푸른거탑' 시리즈는 군대 예능의 진원지가 된 대표작이다. '푸른거탑'은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세밀한 심리묘사와 함께 구성해 재미와 공감을 자아냈다. 최종훈을 필두로 김재우, 김호창, 백봉기 등 소위 말하는 A급 스타는 한 명도 없었지만 이런 젠장”, 대뇌의 전두엽”과 같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출연진 모두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푸른거탑'은 후속작 '푸른거탑 제로'와 '푸른거탑 리턴즈'에 이르기까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MBC ‘일밤의 코너인 '진짜 사나이'가 연예인들의 병영체험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군대 예능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주역은 서경석, 김수로, 류수영, 손진영, 샘 해밍턴, 장혁, 박형식 등이었다. 이들이 군 생활을 경험하며 겪는 좌충우돌 사건과 병사들과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리얼한 모습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기 병사 박형식, ‘구멍 병사 샘 해밍턴 등 출연진 모두를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등극시키며 올해 내내 방송계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위 두 작품에 더해 최근 군대 예능의 열풍을 이을 또 다른 작품이 등장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XTM '국가가 부른다'가 그것. ‘최강 솔저 서바이벌을 표방한 '국가가 부른다'는 실제 특전사들의 훈련을 방불케 하는 미션을 통해 최후의 1인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특전사, 해병수색대, 정보사, UDT 등 다양한 부대 출신의 도전자들은 고지쟁탈전과 각종 전투 미션을 수행하며 진짜 남자들의 열정과 전우애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관찰로 시작된 착한 예능
‘군대와 더불어 2013년의 예능 트렌드를 주도한 것은 '관찰 예능'이었다. MBC ‘일밤의 두 코너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불을 지핀 관찰 예능 트렌드는 올 한해 방송가 전체를 휩쓸었다.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으로 대표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출연진들의 ‘노는 모습을 집중 부각했다면, 올해 등장한 관찰 예능은 현실과 방송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소방서에 들어간 SBS '심장이 뛴다'와 경찰서로 들어간 KBS '근무 중 이상무', 육아 예능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한 소재로 변주되며 관찰 예능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무엇보다 관찰 예능이 다른 예능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독설과 ‘몸개그 하나 없는 ‘착한 예능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다. 그 중심에는 '아빠 어디가'와 '섬마을 쌤'이 있다.
MBC ‘일밤의 코너 '아빠 어디가'는 스타 아빠와 아이가 엄마 없이 떠나는 1박 2일 여행을 꾸밈 없이 그려 ‘착한 예능의 대명사가 됐다.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MBC의 간판 예능 ‘일밤을 부활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윤후의 ‘먹방으로 대변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성동일-성준 부자의 변화된 모습으로 상징되는 ‘아빠와 아이의 성장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어루만졌다.
tvN '섬마을 쌤'은 외국인 연예인 4인방 샘 해밍턴,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의 섬마을 적응기를 담은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다. 네 명의 외국인들이 섬마을 아이들 및 주민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순수 무공해 청정 예능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올해 ‘착한 예능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인보다 더욱 한국인 같은 외국인 4인방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순수한 인정을 간직한 섬마을 어린이들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힐링'의 순간들을 제공했다.
◇ 멜로+미스터리=흥행공식
올 한 해 100여 편(지상파, 케이블, 종편 포함)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 올랐다. 소재도, 캐릭터도, 장르도 다양했던 수 많은 드라마 중 방송가에 한 획을 그은 드라마들의 흥행방정식은 '멜로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멜로라는 보편적인 장르에 ‘1%의 남다른 발상이 더해지며 탄생한 ‘멜로와 ‘미스터리의 결합은 로맨스의 달달함 속에서도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두 남녀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바라며 극의 흐름에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면서도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는 ‘미스터리 요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tvN '나인'(극본 송재정 연출 김병수)은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으로 평론가는 물론 시청자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주인공 이진욱(박선우 역)이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손에 넣게 되면서 펼쳐지는 시간여행을 담은 판타지 멜로드라마다.
이진욱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고, 과거를 변화시키자 연인이었던 조윤희(주민영 역)와 삼촌-조카 사이로 변하는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추리심리를 자극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판타지 요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릴만점의 전개, 그리고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던 이진욱과 조윤희의 로맨스까지 더해지며 '나인'은 호평받았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나인'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될 것으로 알려지며 위상을 증명했다. 미국 대표 제작사로 손꼽히는 '페이크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Fake Empire Entertainment)'에서 제작을 맡고, 미국 지상파 채널 abc 방송사에서의 방영이 유력한 상태다.
'법정 판타지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 SBS '너목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은 법정스릴러, 판타지, 로맨스가 결합되며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이종석(박수하 역)과 어딘가 허술하지만 마음 따뜻한 변호사 이보영(장혜성 역)의 로맨스 속에서도, 마지막 회까지 심장을 조여오던 스릴러 요소가 압권이었다.
11년 전 사건으로 얽히고설킨 이보영-이종석-정웅인(민준국 역)의 악연에 소름 끼치는 정웅인의 ‘악역 연기가 더해지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KBS '비밀'(극본 유보라 연출 이응복)은 사랑하는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정통멜로' 드라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드라마를 살렸다. ‘비밀을 찾기 위한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 열기는 뜨거웠다. 배수빈(안도훈 역)이 자신을 대신해 뺑소니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황정음의 가석방 심사에서 ‘부(不)을 냈을지, 또 뺑소니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끊이질 않았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비밀'은 미스터리와 추리요소가 가미되면서 올한해 빛난 드라마로 꼽힐 만 하다.
조인성과 송혜교의 만남 자체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SBS '그겨울'(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은 돈을 목적으로 시각장애인 송혜교(오영 역)에게 친오빠인 척 접근한 조인성(오수 역)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려냈다. '그겨울'은 송혜교의 눈을 멀게한 사람이 누구인지 미스터리한 과거를 담으면서도, 조인성의 정체가 탄로나지는 않을까 시청자들이 함께 호흡하며 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극강 비주얼 커플로 불린 조인성과 송혜교의 '솜사탕 키스' 등 아슬아슬하면서도 애간장 녹이는 스킨십으로 멜로드라마의 정수를 선보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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