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4~5% 금리에도 매수세 없어 `발동동`
입력 2013-12-17 17:38  | 수정 2013-12-17 20:06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단기 기업어음(CP)시장으로 몰리며 단기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건설은 송도 개발 관련 은행 대출금 2조5000억원을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중 1조원이 넘는 자금을 18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대규모 물량 부담에 시장 금리는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도시공사가 지급 보증한 기업어음(아이비에이치앤)은 연 4.7% 금리에 거래가 이뤄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급을 보증하는 기업어음(코어밸류제일차)도 연 4.3%에 거래됐다. 모두 최고 신용등급인 A1 등급 기업어음들이다. 신용등급이 더 낮거나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ㆍ조선ㆍ해운 업종의 기업어음 금리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이 막힌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어음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기업어음을 찾는 수요는 크게 위축돼 있어 단기 금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단기 자금을 저리에 조달해 기업어음 등 단기 상품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콜 차입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투자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NH농협증권, 대신증권 등 17곳 증권사가 금융당국의 콜시장 참여 제한 방침에 따라 내년까지 줄여야 할 콜자금 차입 규모는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기업어음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도 크게 악화됐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중 상당 부분은 우정사업본부나 노동부가 증권사 신탁을 활용해 많이 투자해 왔다"며 "그러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서 이들도 기업어음 운용 자금을 많이 회수해 간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어음시장은 비우량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돼 왔다.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발행할 수 있어 유동성이 급한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빌리는 용도로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투자자 처지에서도 비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3~5년 동안 자금이 묶여 있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기업어음은 3~6개월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어음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졌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선 4~5%대 금리를 제시해도 선뜻 사려는 투자자가 없다"며 "기업 자금조달 담당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높은 이자비용을 치러도 기업어음을 받아주는 투자자만 있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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