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해를 하려고 해도….”
김민구(22, 전주 KCC)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17일 오전 용인 마북동의 KCC 숙소에서 만난 김민구는 최근 마음고생 탓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말을 할 때마다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동료들은 전주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전을 위해 모두 떠나 텅빈 숙소에 홀로 남아있다.
김민구는 치르지 않아도 될 혹독한 프로농구 데뷔 신고식을 경험했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전 2쿼터 속공 상황에서 SK 외국선수 애런 헤인즈가 무방비로 있던 김민구를 고의적으로 밀쳤다. 그 충격으로 코트에 쓰러진 뒤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큰 외상은 없었지만, 내상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때 왼쪽 발목도 다쳐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던 헤인즈는 이후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뒤늦게 공식 사과했고,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또 SK 구단 자체 징계로 추가 3경기 출전정지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김민구와 어렵게 만났다. 그는 일체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먼저 몸 상태가 궁금했다. 그는 왼쪽 발목이 아직 조금 아프다. 숨 쉴 때도 여전히 통증이 있다”고 했다. 육안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민구는 억울한 감정이 컸다. 그는 피해는 내가 다 입었는데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난 상처만 입었다. 안 당해도 될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화가 난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김민구는 헤인즈와 충돌 당시 거의 정신을 잃었다. 5분 동안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충격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너무 놀라 쓰러진 기억밖에 없다. 발목이 아픈지도 몰랐다.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뒤늦게 걸을 때 발목이 아프더라. 어떻게 다쳤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던 김민구의 부모는 아들이 실려나간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김민구는 부모님과 가족이 정말 놀라셨다.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날도 체육관에 오셨는데 내가 다친 것을 보고 걱정이 돼서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가셨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민구는 이날 부상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들 걱정에 어머니가 숙소를 직접 찾은 것이다.
김민구는 헤인즈가 왜 의도적으로 자신을 가격했는지 알고 있었을까. 김민구도 지금까지 왜 헤인즈가 그랬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헤인즈는 평소 착하고 온순하고 농구를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다”며 리바운드 자리싸움 과정에서 박스아웃을 하느라 접촉이 있었다. 그때도 헤인즈가 먼저 신경전을 벌였다. 내가 외국선수를 상대로 힘을 써봤자 얼마나 썼겠나. 농구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코트에서 농구를 하다보면 얄밉고 그럴 때도 있다. 화가 나고 감정 컨트롤이 안 될 때도 있다. 아무리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구는 숙소로 돌아와 팬들의 반응을 전해 들은 뒤 또 한 번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비난의 화살이 헤인즈가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것을 안 뒤였다. 김민구는 코트에 고꾸라진 뒤 두 발을 심하게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팬들이 김민구가 헐리웃 액션으로 엄살을 피운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민구는 정말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지 몰랐다. 나도 영상을 본 뒤에야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았다. 내가 연기를 한 거면 연기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정신이 있었다면 바로 일어나 맞섰을 것”이라며 내가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상처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민구는 이틀 뒤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KBL의 헤인즈에 대한 징계 소식을 들은 뒤였다. 헤인즈의 공식 사과도 기사를 통해 봤다. 그는 솔직히 헤인즈의 사과 글이나 사진에 나온 표정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재정위 결과를 듣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헤인즈도 팀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피해자인데…”라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구는 지난 일을 애써 잊기로 했다. 스스로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그는 당장은 바로 잊기 힘들겠지만, 빨리 잊고 털고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경기에 나타날 것 같다”며 이번 일로 매를 먼저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이라도 안 아프면 바로 복귀할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 팀 형들이 매일 내 방을 찾아 걱정해주셨다.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에 힘이 난다”고 웃었다.
김민구는 앞으로 있을 SK전도, 헤인즈와의 맞대결도 크게 게의치 않기로 했다. 그는 그냥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경기와 똑같이 하려고 한다”며 헤인즈도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뛰었고 실력으로도 인정 받은 선수다. 다음에 또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만 않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어 나를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팬들에게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팀 성적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min@maekyung.com]
김민구(22, 전주 KCC)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17일 오전 용인 마북동의 KCC 숙소에서 만난 김민구는 최근 마음고생 탓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말을 할 때마다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동료들은 전주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전을 위해 모두 떠나 텅빈 숙소에 홀로 남아있다.
김민구는 치르지 않아도 될 혹독한 프로농구 데뷔 신고식을 경험했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전 2쿼터 속공 상황에서 SK 외국선수 애런 헤인즈가 무방비로 있던 김민구를 고의적으로 밀쳤다. 그 충격으로 코트에 쓰러진 뒤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큰 외상은 없었지만, 내상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때 왼쪽 발목도 다쳐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던 헤인즈는 이후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뒤늦게 공식 사과했고,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또 SK 구단 자체 징계로 추가 3경기 출전정지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김민구와 어렵게 만났다. 그는 일체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먼저 몸 상태가 궁금했다. 그는 왼쪽 발목이 아직 조금 아프다. 숨 쉴 때도 여전히 통증이 있다”고 했다. 육안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민구는 억울한 감정이 컸다. 그는 피해는 내가 다 입었는데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난 상처만 입었다. 안 당해도 될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화가 난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김민구는 헤인즈와 충돌 당시 거의 정신을 잃었다. 5분 동안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충격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너무 놀라 쓰러진 기억밖에 없다. 발목이 아픈지도 몰랐다.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뒤늦게 걸을 때 발목이 아프더라. 어떻게 다쳤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던 김민구의 부모는 아들이 실려나간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김민구는 부모님과 가족이 정말 놀라셨다.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날도 체육관에 오셨는데 내가 다친 것을 보고 걱정이 돼서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가셨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민구는 이날 부상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들 걱정에 어머니가 숙소를 직접 찾은 것이다.
김민구는 헤인즈가 왜 의도적으로 자신을 가격했는지 알고 있었을까. 김민구도 지금까지 왜 헤인즈가 그랬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헤인즈는 평소 착하고 온순하고 농구를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다”며 리바운드 자리싸움 과정에서 박스아웃을 하느라 접촉이 있었다. 그때도 헤인즈가 먼저 신경전을 벌였다. 내가 외국선수를 상대로 힘을 써봤자 얼마나 썼겠나. 농구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코트에서 농구를 하다보면 얄밉고 그럴 때도 있다. 화가 나고 감정 컨트롤이 안 될 때도 있다. 아무리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구는 숙소로 돌아와 팬들의 반응을 전해 들은 뒤 또 한 번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비난의 화살이 헤인즈가 아닌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것을 안 뒤였다. 김민구는 코트에 고꾸라진 뒤 두 발을 심하게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팬들이 김민구가 헐리웃 액션으로 엄살을 피운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민구는 정말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지 몰랐다. 나도 영상을 본 뒤에야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았다. 내가 연기를 한 거면 연기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정신이 있었다면 바로 일어나 맞섰을 것”이라며 내가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상처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민구는 이틀 뒤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KBL의 헤인즈에 대한 징계 소식을 들은 뒤였다. 헤인즈의 공식 사과도 기사를 통해 봤다. 그는 솔직히 헤인즈의 사과 글이나 사진에 나온 표정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재정위 결과를 듣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헤인즈도 팀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피해자인데…”라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에서 KCC 김민구가 SK 애런 헤인즈와 충돌 이후 쓰러진 뒤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김민구는 22일 올스타전 참가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민구는 프로 첫 해 양동근(모비스)에 이어 팬 투표 전체 2위로 매직팀 베스트5에 뽑히는 영광을 얻었다. 마음껏 즐겨야 할 무대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얼룩졌다. 그는 나한텐 정말 의미가 큰 올스타전이다. 기대도 많이 했는데…. 무리해서 뛰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꼭 참가해 얼굴이라도 비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발목 상태가 나아진다면 뛰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아쉬워 했다.김민구는 지난 일을 애써 잊기로 했다. 스스로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그는 당장은 바로 잊기 힘들겠지만, 빨리 잊고 털고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경기에 나타날 것 같다”며 이번 일로 매를 먼저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이라도 안 아프면 바로 복귀할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 팀 형들이 매일 내 방을 찾아 걱정해주셨다.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에 힘이 난다”고 웃었다.
김민구는 앞으로 있을 SK전도, 헤인즈와의 맞대결도 크게 게의치 않기로 했다. 그는 그냥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경기와 똑같이 하려고 한다”며 헤인즈도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뛰었고 실력으로도 인정 받은 선수다. 다음에 또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만 않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어 나를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팬들에게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팀 성적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