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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추신수, 장기전에도 승산있다
입력 2013-12-16 15:00  | 수정 2013-12-16 17:08
추신수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슈퍼 을이다. 장기전도 충분히 괜찮은 것은 이것이 절대적인 배경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추신수(31)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슈퍼 을인 경쟁력이 첫 번째 근거이고,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고려해도 최대어인 희소성, 여전히 유리한 시장 환경이 배경이다. 동시에 꼼꼼하게 모든 조건을 따져보는 신중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이런 조건들이 추신수의 계약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도 괜찮은 이유들이다.
▲ ‘슈퍼 을 추신수, 조급할 필요 없다
추신수의 이적 유력팀으로 꼽혔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뉴욕 양키스, 깜짝 영입후보로 떠오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추신수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의중도 오리무중이다.
거기에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5년 연평균 2000만달러 수준의 계약을 원하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이상 최대 8년의 장기계약을 원하는 추신수 측의 요구차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계약이 장기전의 양상으로 흘러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일단 ‘슈퍼 을의 위치에 있는 계약자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갑의 입장에 있는 구단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차상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구매자, 혹은 수요자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우승을 노리는 컨텐더 팀이며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텍사스의 제안에도 당장 사인하지 않았다. 현재 수면에 떠오른 구매자는 텍사스, 휴스턴이며 잠재적인 구매자는 시애틀과 보스턴이다. 가격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면 보험이 될 수 있는 원 소속팀 신시내티도 있다. 이들이 추신수의 영입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장 연평균 2000만달러의 계약에 5년 이상 계약을 보장할 수 있는 팀이 있기에, 계약의 주도권을 쥔 측면에서도 추신수는 여전히 ‘슈퍼 을이다.
추신수의 경쟁력은 일단 절대적인 근거다. 올해 추신수는 20홈런 20도루 클럽을 달성한 메이저리그 8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개인 역대로는 3번째. 또한 400타석 이상 들어선 내셔널리그 리드오프 가운데 OPS(출루율+장타율)에서 1위(0.914), 득점에서 2위(107)를 차지했다. 거기에 100볼넷(112볼넷)-100득점(107득점)을 모두 넘긴 리드오프는 양 리그를 통틀어서 추신수가 유일했다. 사구 26개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시장에 나오기 위한 단일 시즌 성적으로는 훌륭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그간 메이저리그 853경기서 기록한 타율 2할8푼8리 출루율 3할8푼9리 장타율 4할6푼5리 통산 OPS 8할5푼4리 104홈런 427타점 900안타 497득점 105도루의 통산 성적도 매우 훌륭하다.

올해 나온 FA 선수들 중에서도 ‘빅 3로 꼽혔고, 외야수 중에서는 7년 1억5300만달러에 계약한 제이코비 엘스버리와 함께 ‘탑 2로 불렸다. 말 그대로 추신수를 택하지 않는 다른 계약은 손색이 있는 대안에 불과하다. 애초에 추신수의 계약은 다른 선수들의 향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가치만큼은 독보적이었다.
FA 대어급 선수였던 커티스 그랜더슨이 뉴욕 메츠와 4년 6000만달러, 카를로스 벨트란이 뉴욕 양키스와 3년 4500만달러에 계약했다. 메츠와 양키스는 모두 추신수에 관심이 있었던 팀들.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엘스버리의 계약에 더해 대안들의 계약까지 고려하면 추신수의 자신감은 근거가 충분하다.
추신수는 2014년 FA 시장까지 외야수 최대어다. 사진=MK스포츠 DB
▲ 추신수, 2014년 FA까지 최대어
추신수의 계약을 두고 두 가지 엇갈리는 전망이 있다. 바로 온도차가 컸던 스캇 보라스의 두 가지 계약 사례를 통한 예측이다. 스캇 보라스는 2년 전 1월말까지 이어진 ‘버티기 전략으로 프린스 필더에게 9년 간 총액 2억달러라는 계약을 선물해줬다. 꾸준히 요구했던 10년의 계약은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역대 6위에 해당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장기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실패 사례도 있다. 지난해 외야수 최대어로 꼽혔던 마이클 본은 장기전이 독이 됐다. 결국 수준이 떨어지는 야수들이 계약을 모두 맺고 시장에 홀로 남아 뒤늦게 4년 4800만달러에 클리블랜드와 계약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필더나 본의 경우와도 다르다. 일단 필더는 요구 조건이 지나치게 높았다. 필더는 데뷔 이후 수년간 꾸준하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리그 최정상급의 타자였다. 하지만 가치가 최근 평가 절하되는 1루수에다 수비면에서는 기여도가 마이너스에 가까운 선수였다. 동시에 2006년 풀타임으로 활약한 이후 매년 짝수해에 부진했고, FA 전까지 타율 3할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동시에 180cm의 신장에 130kg에 육박하는 신체조건 탓에 꾸준한 출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건강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랐다. 결국 보라스가 요구한 10년 2억달러 이상의 계약조건이 터무니없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디트로이트가 갑작스럽게 빅터 마르티네즈라는 중심타자를 부상으로 잃지 않았다면 계약이 어려웠을 정도로 지나친 고자세였던 것이다.
추신수의 계약의 경우 ‘비싸다는 의견이 일부 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7년 1억3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지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가치를 충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조건을 두고 큰 폭으로 엇갈리는 이견이나 마찰도 없다. 결국 추신수의 계약이 필더처럼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뜻이다.
본의 사례는 보라스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던 경우다. 대어는 없었어도 준척급은 상당수 있었던 외야 시장에서 몸값이 최고 수준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트레이드 매물이 쏟아지는 변수가 생기면서 ‘때를 놓쳤다. 본의 경우, 주루 능력과 수비 능력에서는 최상위 수준의 리드오프였지만 출루율이 낮고, 타격 능력면에서는 의문부호가 있는 선수다. 두 자릿수 홈런은 물론 많은 장타를 기대하기 어려운 타자. 거기에 주루능력은 장기계약 이후에는 함정이 있다. 부상을 우려해 허슬플레이를 자제하거나, 신체능력이 떨어지면서 같이 동반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은 돈을 쏟아부어 반드시 영입할만큼 매력이 넘쳤던 선수는 아니었던 셈이었다. 판을 잘못 읽은 보라스의 실기에 더해 시장 상황의 변수까지 생기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경우다.
추신수를 원하는 수요가 여전하고,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장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MK스포츠 DB
추신수는 현재 외야수 시장의 최대어다. 남은 대어급으로 넬슨 크루즈가 있지만, 5년 7500만달러를 거절했다는 소문이 근거 있게 돌 정도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장타능력은 있지만 꾸준함이 부족하고, 통산 타율이 2할6푼8리, 출루율이 3할2푼7리에 불과해 타격면에서 약점이 많다. 동시에 건강 면에서도 의문부호가 있다. 무엇보다 금지약물복용 이력이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원 소속팀 텍사스가 이적시장 초기 크루즈와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 그 근거. 애초에 텍사스가 추신수의 이적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고 대안으로 크루즈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 보도는 텍사스 지역 언론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에서만 나왔다. 이는 결국 텍사스 측이 몸값을 낮추기 위해 흘린 ‘언론 플레이 중 하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 외야수 FA 시장 역시 추신수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보통 장기계약을 맺기 전 구단들은 미래까지 고려한 선택을 내리는데, 해당 포지션 선수 중 수준급 FA가 어느 시기에 나오느냐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2014시즌 FA시장에는 추신수 정도의 대어급 선수가 전무하다. 양이나 수적인 측면에서도 내년은 황폐할 정도다. 수준급 선수는 아무리 일러도 2015년, 정상급 외야수는 2016년에야 풀린다. 결국 추신수는 현재 트레이드를 제외하고 몇 년내 FA로 얻을 수 있는 최정상급 외야수가 됐다.
또하나 중요한 부분은 아직 이적시장이 마무리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투수 FA 대형계약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에 거액의 빅딜이 성사될만한 선수들도 많이 남아있다. 이적시장의 결과에 따라 타격쪽의 보강으로 눈을 돌릴 팀들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추신수는 포지션을 제외한 공격상승의 전력으로 감안한 부분에서도 현재 최대어다.
변수는 거론된 팀들 외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사상 유례가 없었을 정도의 호황이다. 중계권료의 폭등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분배정책 등으로 돈이 넘쳐난다. 이 때문에 어떤 팀이라도 빅딜을 터뜨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 수년 간 FA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돈 잔치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과거와 비교하면 수많은 고액계약들이 정말 쉽게 쏟아지고 있다. 팀들의 가치 자체가 폭등세이기 때문이다.
배부른 ‘갑이 된 구단 역시 ‘투자가 있어야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예전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 더해 각자가 가진 돈들이 많아 지면서 FA 이전 장기계약으로 묶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양질의 FA 공급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거액의 빅딜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FA 장기계약들이 대부분 선수쪽에서 흡족한 계약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의 사례는 최근 보라스가 행한 수많은 계약 중 흔치 않은 실패다. 기대치가 애초에 높았기에 실패로 여겨진 측면도 있다. 수많은 성공사례 대신 애써 실패사례에 눈을 돌려보더라도 추신수는 실패하기가 쉽지 않은 계약대상이다. 메이저리그 실무진들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말휴가에 들어간다. 추신수의 계약은 그 이전 시기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을의 입장인 FA선수들의 위치와 대우는 이미 달라진 지 오래다. 그 중 더 특별한 ‘슈퍼 을 FA 추신수의 입장은 더 느긋할 수밖에 없다. 장기전도 사실 충분히 괜찮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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