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험, 제약, 커피, 아웃도어, 테마파크, 저축은행, 소프트웨어 등등.'
얼핏 보면 문어발 확장을 하는 국내 재벌들의 계열사 명단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다.
MBK가 지난 11일 국내 생명보험 업계 5위권인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왕성한 MBK의 '식욕'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검찰의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국내 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움츠러든 틈을 파고들어 MBK가 사실상 M&A 업계의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MBK의 20번째 경영권 인수 방식(바이아웃)이자 국내 보험 업계 진출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재벌과 어깨 나란히
2005년 출범 이후 8년간 굵직굵직한 M&A를 잇달아 성공시킨 MBK는 올해 들어서만 총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웅진코웨이, 네파, 고메다 등 기업을 사들였다. 특히 자산이 23조원에 달하는ING생명 한국법인까지 품에 넣으면서 보유 기업들 자산 규모가 32조원(CEO스코어 집계)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를 국내 대기업 집단과 비교해 보면 재계 서열 11위에 해당한다. 10위인 한화(35조9000억원)보다 작지만 11위인 두산(29조4000억원)보다는 큰 규모다. MBK가 사실상 국내에서 10대 재벌 수준의 위상을 갖춘 셈이다.
MBK는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기업을 선호하기로 유명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을 사들인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MBK가 인수한 국내 기업 중 공시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8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매출은 3조2567억원, 영업이익은 3881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11.9%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5.92%ㆍ2012년 기준)은 물론 삼성그룹의 올해 영업이익률인 10.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같은 MBK의 거침없는 영토 확장 배경에는 MBK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금 조달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MBK는 그동안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받는 펀드)로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했다. 2005년 처음 조성한 블라인드 1호 펀드가 1조원을 모았고, 2008년 2호 펀드에도 1조5000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모집을 완료한 3호 펀드는 이보다 규모를 더 늘려 약 2조9000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소화불량 해소가 최대 과제
MBK가 독보적인 '먹성'으로 M&A 시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먹성이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BK가 지난 8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많은 기업을 집어삼켰지만 이를 다시 재매각하는 투자회수(Exitㆍ엑시트) 작업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EF는 인수한 기업을 매각해 자금을 지원해 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에 추가 이익을 되돌려주고 펀드를 청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 인수가 PEF의 출발점이라면 매각은 PEF 역량의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내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엑시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좋은 수익률을 올려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MBK의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오수현 기자]
얼핏 보면 문어발 확장을 하는 국내 재벌들의 계열사 명단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다.
MBK가 지난 11일 국내 생명보험 업계 5위권인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왕성한 MBK의 '식욕'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검찰의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국내 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움츠러든 틈을 파고들어 MBK가 사실상 M&A 업계의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MBK의 20번째 경영권 인수 방식(바이아웃)이자 국내 보험 업계 진출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재벌과 어깨 나란히
2005년 출범 이후 8년간 굵직굵직한 M&A를 잇달아 성공시킨 MBK는 올해 들어서만 총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웅진코웨이, 네파, 고메다 등 기업을 사들였다. 특히 자산이 23조원에 달하는ING생명 한국법인까지 품에 넣으면서 보유 기업들 자산 규모가 32조원(CEO스코어 집계)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를 국내 대기업 집단과 비교해 보면 재계 서열 11위에 해당한다. 10위인 한화(35조9000억원)보다 작지만 11위인 두산(29조4000억원)보다는 큰 규모다. MBK가 사실상 국내에서 10대 재벌 수준의 위상을 갖춘 셈이다.
MBK는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기업을 선호하기로 유명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을 사들인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MBK가 인수한 국내 기업 중 공시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8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매출은 3조2567억원, 영업이익은 3881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11.9%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5.92%ㆍ2012년 기준)은 물론 삼성그룹의 올해 영업이익률인 10.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같은 MBK의 거침없는 영토 확장 배경에는 MBK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금 조달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MBK는 그동안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받는 펀드)로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했다. 2005년 처음 조성한 블라인드 1호 펀드가 1조원을 모았고, 2008년 2호 펀드에도 1조5000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모집을 완료한 3호 펀드는 이보다 규모를 더 늘려 약 2조9000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소화불량 해소가 최대 과제
MBK가 독보적인 '먹성'으로 M&A 시장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먹성이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BK가 지난 8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많은 기업을 집어삼켰지만 이를 다시 재매각하는 투자회수(Exitㆍ엑시트) 작업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EF는 인수한 기업을 매각해 자금을 지원해 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에 추가 이익을 되돌려주고 펀드를 청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 인수가 PEF의 출발점이라면 매각은 PEF 역량의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내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엑시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좋은 수익률을 올려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MBK의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