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도 검토"
입력 2013-12-12 17:31  | 수정 2013-12-12 22:38
잇단 계열사 유상증자로 '버티기'에 들어간 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현대그룹 안팎에서 현대증권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룹 관련주들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증권은 전날보다 3.37% 급등한 5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국거래소로부터 현대상선의 매각 관련 조회공시가 요청된 데 따라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오름세를 탔다. 모회사 현대상선도 전날보다 2.85% 상승한 1만100원을 기록했다.
오후 늦게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차원에서 현대증권 지분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자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2.43%를 들고 있다. 특수관계인으로 따지면 현대증권의 자사주 7.07%를 합쳐 모두 29.65% 수준이다. 만약 현대그룹 측이 현대증권을 판다면 12일 기준 시가총액(9800억원)에 지분율을 곱한 금액인 3000억원가량에 경영권 프리미엄 1000억여 원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도 현대상선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액 8200억원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는 금액이다.

향후 매각 작업이 추진돼 주가가 상승한다면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룹 내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은 최근 업황 부진에 빠져 지난 3분기 기준 적자로 돌아섰다. 그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그룹 전체 부실도 심해지는 상황이다.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 구제를 위해 2006년부터 파생금융 계약을 맺었다가 수천억 원대 평가손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비교적 건실한 상태였던 현대증권마저 거래 침체 등 불황으로 12월 결산 기준 수백억 원대 영업적자가 확실해진 상황이다.
그동안 현대그룹 측은 잇단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온 돈으로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08년 이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쏟아부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826억원), 올해 6월(969억원)에 이어 내년 2월에 217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현대상선도 올해 1월 1969억원 규모 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11월에 1560억원 규모 증자를 한 바 있다. 한 신용평가사 임원은 "알짜 회사들이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과 산업은행ㆍ정책금융공사 등 주요 채권단에서는 현대그룹 측에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해왔다. 이미 현대상선이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들어갔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에서 어떻게든 팔지 않으려던 증권을 산업은행 등의 압박으로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증권을 팔게 된다면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에서는 현대그룹 측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산업은행이 현대그룹과 협의해온 것으로 아는데 기존에 나온 자구안 말고 진전된 내용을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자구 계획안에 현대증권 매각이 포함될 개연성은 있지만 아직 현대그룹 측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계획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지난해 사들인 반얀트리 리조트 매각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당시 현대그룹은 1600억원을 들여 반얀트리 리조트를 매입했고 최근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현대증권이 계열사들을 매각하게 되면 동부그룹처럼 알짜 계열사를 묶어놓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채권단이 매각 작업을 주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대상선은 앞서 채권단에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 매각, 유상증자 및 선박ㆍ컨테이너 매각, 영구채 발행 등 총 1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한진해운 영구채 발행이 채권단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현대상선도 사실상 이 방안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평이다.
[조시영 기자 / 윤재언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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