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자사주 매각을 결정하고 공시하기 이전에 증권사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가 출회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최근 6개월래 최대 규모의 매도가 포착돼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자사주 매각 이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1일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통 주식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사주 950만주를 12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매각한다고 장 마감 이후 공시했다. 주관사는 크레디트 스위스(CS) 증권, 모건스탠리, UBS증권이 맡았다.
이번 자사주 매각 금액은 주당 3만1825원으로 평균 매입 가격인 1만2300원보다 2.5배 이상 높다. 따라서 자사주 매각이 자본 증가로 이어져 부채비율을 하락시킴으로써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호재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매각 당사자가 두산중공업이라는 점이 증권 시장에서는 반대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각을 통한 자본 확충은 오히려 재무 상황이 그만큼 안좋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각 발표 이후 두산중공업 주가는 이날 4.48% 주저앉았다.
그러나 정작 매매는 11일 장 마감 이전에 이미 활발하게 이뤄졌다. 11일 두산중공업 거래량은 146만여주로 지난 10월 14일 이래 근 두달만에 100만주를 넘어섰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4월 17일 270여만주, 2월 1일 250여만주, 1월 3일 110여만주가 거래됐으며 다른 날에는 수십만 단위, 적게는 만단위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즉 하루 거래량 100만주가 넘는 경우가 1년에 5~6번에 불과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량도 다른 날과 비교할 때 상당히 컸다. 11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은 65만6810주가 감소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장 중 매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이 60만주 이상 줄어든 경우는 최근 1년 내에는 없었다. 지난 10월 8일, 10월 11일 이틀만 각각 38만여주, 43만여주가 줄어들었다. 매도 창구로는 CS증권, 노무라증권, UBS, 메릴린치, 도이치증권 등이 있었다. 국내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는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40만주 이상이 대량 매도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매매에 대해 사전 정보를 감지한 투자자들이 미리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자사주 매각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한 투자자들이 블록딜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담아두는 바구니를 비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 전 대규모 매수, 매도는 자체 감시 시스템에 의해 적출된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해당 계좌를 분석해보면 규정 위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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