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마 속 온몸으로 불길 막은 `모정`
입력 2013-12-12 14:48 
지난 11일 오후 9시 35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화재로 집에 있던 홍 모 씨와 홍 씨의 어린 아이 3명이 모두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희주 씨 제공>

불길이 덮치는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아이들을 살리려 온몸으로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9시 35분께 부산시 북구 화명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홍모(34.여)씨와 아들(9), 큰딸(8), 작은딸(1)이 모두 숨졌다. 불은 25평 집 내부를 완전히 태우고 45분 만에 꺼졌다.
화재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화재와 연기가 잦아들 무렵 어머니 홍씨와 한살배기 딸, 아홉 살짜리 아들의 시신은 발코니에서, 여덟 살 큰딸의 시신은 현관문 쪽의 작은 방에서 각각 발견됐다.
홍씨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소방관은 "거실에서 나오는 불길을 막으려는 듯 등을 돌린 채 온 힘으로 두 아이를 양팔로 감싸고 쓰려져 있었다"며 "'나중에 시신을 분리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꼭 안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홍씨의 시신은 성별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가는 불을 막으려고 등을 돌린 채 사력을 다해 버틴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났을 무렵 홍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119로 "현관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했을 때는 이미 불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홍씨는 현관 바로 옆에 있던 큰딸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하기 3시간 전인 오후 6시께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남편 조모(34)씨는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했다가 비보를 듣고 달려와 시신을 붙들고 오열해 주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들 부부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소박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도 주말이면 가족나들이를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을 정도로 단란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 조 씨는 불이 나기 직전인 이날 오후 9시 15분께 아내 홍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조 씨는 당시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불은 불과 20분 뒤 시작됐다.
12일 북구 금곡동 한 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작업복 차림으로 급히 달려온 조 씨는 영정사진만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홍 씨와 세 자녀 사진이 한 액자에 나란히 담겨 있었다. 집이 다 타버려 사진을 오려 영정 사진을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서 측은 홍 씨의 신고 내용과 현장 상황으로 미뤄 입구 방 쪽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12일 중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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