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최고 영도자와 공포 정치, 그리고 남과 북
입력 2013-12-12 12:11  | 수정 2013-12-12 17:13
북한은 장성택 실각으로, 그리고 우리는 극한으로 치닫는 대선 논란으로 추운 12월이 하루하루 지나고 있습니다.

장성택을 둘러싸고는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장성택이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옹립하려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눈 밖에 났던 만큼 북한의 특성상 김정남 옹립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장성택의 쿠데타 설도 있습니다.

장성택과 그 측근들이 김정은을 몰아내려 했다는 것인데, 쿠데타를 위해서는 군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 역시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10일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10일 시사마이크 출연)
- "장성택이 말을 잘 안들었다는 거지, 김정은을 실각시키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려는 역적을 모의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 이런 사람들 몇 번이나 갈면서 김정은이 자기 사람으로 다 바꿔놨는데, 누가 보위사령부 모두(쿠데타는 아니다)."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와 불륜설도 있습니다.

리설주를 김정은에게 추천한 인물이 바로 장성택인데, 장성택은 관현악단을 관리하면서 이미 리설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게 나중에 들통났다는 겁니다.

여기에 화가 난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와 김정은이 장성택을 몰아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지난 9일 북한이 밝힌 장성택의 죄목과 북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선중앙TV (지난 9일)
- "여러 여성과 부당한 관계를 맺었으며, 고급 식당의 골방에서 술 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

▶ 인터뷰 : 안찬일 /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리설주가 있는 은하수 관현악단을 장성택이 그동안 돌봐왔고 그를 퍼스트레이디로 추천한 것도 장성택이기 때문에…."

너무 소설 같은 얘기인가요?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은 김정은의 금고지기가 김정은의 비밀계좌 정보와 핵무기 자료를 들고 중국으로 도망쳐 망명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이 인사는 노두철 내각 부총리라는 말도 나옵니다.

노두철은 국가계획위원장과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도망쳤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 당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전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야당 정보위 간사. 어제 시사마이크)
- "국정원이든 정부 당국이든 확인된 게 없다. 장성택 최측근 망명설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분명하게 전혀 아는 바 없다. 하나도 아는 게 없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모르는 일이다.…정보위 공식회의에서는 전혀 아는바 없다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었고, 정보위 회의 직전에 차 한잔 마시면서 제가 남재준 원장에게 물어봤어요. '장성택 최측근 망명설이 나오는데 이거 아십니까?' 물어봤더니 '저도 지금 언론보고 알았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측근 망명설, 쿠데타설, 김정남 옹립설, 리설주 불륜설?

과연 어떤게 맞는 것일까요?

장성택의 실각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불똥은 우리 쪽으로 튀고 있습니다.

장성택의 진짜 실각 이유가 무엇인지와는 또 다르게 그를 실각시킨 김정은의 공포 통치, 그리고 최고 영도자의 절대 권력이 우리 사회로 투영되고 있다는 논란입니다.

일각에서 김정은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닮았다는 다소 거친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제 출연했던 정청래 민주당의 의원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야당 정보위 간사. 어제 시사마이크) 12분 20
- "북한에서 1인 김정은 체제의 확립을 위해서 주변을 잔인하게 숙청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1인 심기 경호를 위해서 쓴소리하는 야당 의원을 그냥 제명시키고, 숙청하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김정일의 공포 통치와 1인 절대권력을 박 대통령에게 빗댄 것이 결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는 달가울 리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이 야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선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인민은 힘들어하는데 지도자라는 자들은 최고 영도자의 심기만 생각하니…하지만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

이 전 비대위원은 다음날에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양승조 장하나 의원 처리 문제 등에서 (새누리당) 의원 150여명이 군대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민주주의 정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이 매우 불쾌했을 법합니다.

새누리당은 일각에서 나오는 박 대통령에 대한 거친 말과 대선 불복 심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어떤 큰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 뒤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노근 / 새누리당 의원(11일 시사마이크)
- "이런(대선 불복) 시리즈, 그 배후에 누가 있느냐? 국회 내에서는 다 알아요. 문재인 의원이라고 다 지목하고 있어요. 제가 실체적으로 그분의 행동을 감시하지 않으니까 모르지만, 여하튼 언론이 노무현 시대에 비서실장을 하고 대선 후보까지 나와 영향력이 있으니까, 그 분 지지세력 있을 것 아닙니까? 민주당 내에서 이런 연장선상에서 온 게 아닙니까?"

불똥은 여기 저기로 튀어 민주당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해임하라고 촉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이 대선 승복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양승조 장하나 의원 징계안을 처리할 태세이고, 장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15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장성택 실각과 김정은의 1인 통치, 그리고 우리의 대선 논란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정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아니면 전혀 생뚱맞은 일들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부 사회의 혼란과 어수선함은 적어도 지금은 닮은 듯 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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