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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가수 신델라
입력 2013-12-11 09:30  | 수정 2013-12-11 14:50
무심코 쳐다보면 쉽게 구분하기 힘든 봄꽃이 있다. 매화와 벚꽃, 살구꽃이 그렇다. 매화는 향이 진하고 달콤하다. 벚꽃은 눈송이처럼 부서지는 하늘거림으로 사람들을 멈춰 서게 한다. 살구꽃은 매화보다 붉다. 꽃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지까지 온통 붉은 빛으로 바뀐다. 도종환 시인은 이를 두고 ‘겨우내 참고 참아온 나무의 열정과 설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기다림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고 했다.
같은 듯 다른 이 세 꽃을 한꺼번에 닮은 크로스오버 가수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소프라노 신델라(경희대학교 겸임교수)다. 그가 첫 미니앨범 '위드 유(With You)'를 최근 발표했다. 클래식 앨범이 아니다. 유명 오페라 아리아 '라돈나모빌레'(타이틀곡)를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했다.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날,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신델라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신델라(사진=강영국 기자)
◇ 진한 향이 느껴지다
신델라는 설중 혹한을 뚫고 꽃을 피운 매화 같은 가수다. 얼핏 보면 배우 한지민을 떠오르게 하는 예쁜 외모와 뿜어내는 향기가 진해서는 아니다. KBS1 ‘열린음악회 무대와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OST를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클래식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실력파 소프라노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5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냈다. 1998년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콩쿠르와 난파음악콩쿠르 1위, 1994년 음악저널콩쿠르 1위란 수상 이력이 빛난다. 올해 나이 서른 둘. 대중 가수로선 적지 않은 나이지만 클래식계에선 막내나 다름없다.
성격이 워낙 밝다 보니 남들은 제가 아무 어려움 없이 편하게만 살아온 천재인 줄 알아요.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기 위해선 과정이 있고, 노력 없이 어떤 위치에 오른다는 건 욕심이죠. 하지만 내가 이만큼 열심히 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긴 싫어요. 전 다행히 노력한 만큼 운도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죠."
나이답지 않은 화려한 경력과 안정된 성악 발성으로 호평받고 있는 신델라는 처음부터 앨범 발표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다. 노래가 좋아 예고와 음대를 갔고, 뮤지컬 '셜록홈즈'와 갈라 콘서트 '오페라 유령'·'캣츠'·'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을 하면서 대중과 좀 더 친밀히 호흡했다. 덕분에 대학교서 겸임 교수직까지 맡고 있으나 권위 의식 따위는 없다.
대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그랬는데 요즘엔 잘 못가서 아쉬워요. 평소 즐겨 듣는 음악도 가리지 않습니다. 이승철 이문세 김범수 심수봉 송창식 씨의 노래를 좋아해요. 유명세를 타고 싶거나 제가 클래식의 대중화를 발벗고 나선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성악가라고 하면 조금 무겁게 느껴지지만 제 목소리는 듣기에 편하다는 분도 계시다 보니 여러 기회가 생겼어요."
신델라(사진=강영국 기자)
◇ 벚꽃을 닮았다
피었을 때 보다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벚꽃이라면 신델라는 내면의 슬픔을 노래할 때 더욱 아름다운 가수다. 앨범에 담긴 '베사메무쵸'에서 그는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슬픔을 담아낸다.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다.
그의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팝콘처럼 터진다. 꽃망울 같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 본다. 그는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외로움 따위는 그에게 없을 듯 했다. 제법 구애하는 남성들도 많을 듯 싶었다.
"현재 남자친구는 없어요. 가끔 제 홍보를 도와주는 분들이 청순한 미모를 강조하는데 친구들이 보면 웃어요. 속된 말로 전 입 열면 깬다고. 학창시절 미팅 나가면 친구들은 저보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었죠.(웃음) 이번에도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백조의 호수'처럼 드레스 입고 예쁜 척 우아한 콘셉트를 제안하셨지만 너무 창피하고 쑥스러워 다 빼달라고 부탁 드렸어요."
신델라(사진=강영국 기자)
◇ 열매를 맺기 위한 꽃
그는 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누구나 그를 만나고 나면 '나만 알고 싶은' 욕심이 들 만하다. 그만큼 탐이 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너무 잘 나가면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따르기도 한다. 말도 안되는 억측과 음모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는 세상이다. 특히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부 우리나라 사회에서 보수적일 수 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이기에 억울한 사연은 없는지 궁금했다.
제가 살면서 가장 고맙게 느끼는 게 있다면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하면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에요. 항상 제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까지 크게 나쁜 일을 겪진 않았습니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노력하죠. 저를 동네 동생처럼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행복하답니다."
매사에 겸손함을 잃지 않는 신델라. 그의 꿈은 소박했다. "신델라 하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또 하나, 부모님 속 한 번 썩히지 않았을 것 같은 그는 이처럼 말하며 웃었다. "언제든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도 해야죠. (부모님이) 말씀은 안 하시지만 속상하실 겁니다."
때로는 매화를, 때로는 벚꽃을 닮았다. 그리고 그는 끝내 살구꽃마저 닮았다. 반드시 열매를 맺고 난 뒤에야 지는 살구꽃 말이다.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순대국과 곱창도 좋아한다는 신델라는 그렇게 장르가 다른 음악을 한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매화보다 붉은 열정이 신델라 인생의 봄을 완성 시키고 있다. 그 인생 여정의 여름, 가을, 겨울 또한 제각각 아름다운 향과 탐스러운 열매로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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