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1공항은 '국제선', 제2공항은 '국내선'이란 이원화 정책을 폐기한 일본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일본 정부는 도쿄 도심과 가장 가까운 하네다공항에 32년만에 중장거리 국제선 취항을 허용하면서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아시아 게이트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야간운항이 불가능한 나리타공항의 약점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허브로 성장하는 인천국제공항을 견제하려는 측면이 강했다는 분석이 돌았다.
시도는 적중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2010년 388만 명이던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승객은 지난해 791만 명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가 2010년 하네다공항의 운항제한거리(2000km)를 폐지한 후 중장거리 노선을 대폭 늘린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하네다공항이 취항하는 12개국 19개 도시 가운데 유럽 등 중장거리 15개 노선이 최근 3년새 개설됐다.
국제선 승객이 대거 늘면서 2010년 국내선 포함 세계 5위였던 하네다공항 이용승객은 2012년 4위(6679만명)로 뛰었다.
하네다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다카시로 이사오 일본공항빌딩 사장은 "수도권 2개 공항에 노선을 모두 개방하면서 두 공항 이용 승객이 1억 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나리타공항 수요를 뺏은 것이 아니라 도심과 가까운 국내선 연계 공항, 24시간 비행이 가능한 하네다공항의 특성을 이용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여세를 몰아 일본 정부는 내년까지 나리타.하네다공항의 발착용량을 서울(37만회.김포+인천)의 2배로 늘려(75만회) 아시와와 세계의 성장 동력을 일본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최근 하네다공항 부지 곳 곳에서 국제선 여객터미널과 호텔 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것도 이 일환이다.
내년 3월 국제선 여객터미널 공사가 마무리되면 하네다 공항 발착 용량은 연간 6만회에서 9만회로 늘어나고, 9월엔 315실 규모의 호텔도 추가로 문을 연다.
이같은 일본 수도권 공항의 연합 행보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인천.김포공항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3단계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지만 2022년 하늘길(공역)이 꽉 찰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제2공항인 김포공항은 단거리 국제선 조차 취항이 쉽지 않다. 2000㎞까지 운행할 수 있는 김포공항은 49개 도시가 있지만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에 가려 중.일.대만 6개 도시 취항에 그치고 있다.
고객 니즈가 실용적으로 변하면서 성장폭이 두드러지고 있는 아시아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책도 일본 등에 비해 뒤쳐지고 있다.
일본은 LCC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작년 10월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피치항공사 전용)을 연데 이어 나리타공항에 2호 LCC 터미널을 건설할 예정이다.
90억엔(약 930억 원)을 들여 만든 피치항공 전용 터미널은 취항률(계획된 스케줄 대로 출발하는 비율) 99.8%, 평균 탑승률 85%를 기록하며 1년만에 이용객이 300만명을 돌파했고, 내년 첫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에서 제1.2공항 역할을 분담하며 신규 수요 창출에 올인하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상하이 푸동공항과 홍차오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운영하기 위해 홍차오공항의 단거리 국제선을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 김포공항 국제선 확장 계획(430만명→1100만명)이 2019년 현실화해도 '한.중.일 비즈 포트 전략'에 '+α전략'이 없으면 신규 수요 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김포.인천공항이 각 특징을 살려 역할을 분담한다면 신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국토부 등과 협의해 동반성장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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