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조원을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기금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채권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연초이후 채권 금리 상승(가격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3.7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6.99%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던 지난 2008년 -0.21%에서 2009년 10.84%, 2010년 10.57%으로 두자릿수를 회복했지만 2011년 2.3%, 지난해 6.99%에 이어 올해(10월 말) 3.72%로 점점 둔화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 자산은 42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91조6000억원)보다 30조원 가까이 증가했으며 국내와 해외 주식 투자 금액은 각각 9조8000억원과 10조4000억원 늘었다. 국내외 대체투자 역시 같은기간 4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금 내 채권 평가액은 국내 4조5000억원, 해외 9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은 감소했다. 일단 국민연금이 지난해 장기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밝혔던 '주식.대체투자 확대와 채권 축소' 기조에는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260조원(전체 자산 대비 61.5%)에 이르는 자금이 채권에 묶이다 보니 채권 값 하락에 따른 충격은 피할 수 없었다.
실제 지난 3월 연 2.7%대에 머물렀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 3.4%대로 급등했으며 이 기간 채권 값은 11.3% 급락했다. 문제는 채권 투자 규모가 워낙 큰 국민연금에 발빠른 자산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채권시장의 15%를 국민연금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기금운용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 채권인데 우리가 채권을 팔면 곧바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성과가 10월 말 기준이라는 점도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10월 30일 코스피가 2060선까지 올랐지만 이달 현재 1980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3.72%의 수익률을 연말까지 끌고가는 것 조차 쉽지않아 보이는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기록했던 수익률 7%는 지난해 연말 주가 상승과 금리 하락이 맞물리면서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온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코스피가 2100까지 올라주지 않는 이상 잘 해봐야 3% 안팎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스피가 급등하기 전인 9월말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은 2.81%에 그쳤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이사(CIO)는 "국고채권 3년물 금리가 3% 수준인데 국민연금 자산의 60%가 채권인 것을 감안한다면 3.72%의 수익률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손일선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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