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피혁업체들의 엇갈린 명암, 신사업에 눈 돌리다가…
입력 2013-12-06 10:16 

[본 기사는 12월 4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피혁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 속에서 신사업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다 실패한 기업이 있는 반면 주요사업을 바탕으로 손익구조 개선과 매출처 개발 노력을 통해 입지를 넓힌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혁 원단 제조 및 판매업체 유니켐은 전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고 이날 하루 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11월30일 이호찬 전 대표이사의 45여억원 횡령 배임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지난 지난달 초 공시했기 때문이다.
유니켐의 불행은 무리한 사업확장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 재임 시절인 2008년과 2009년 각각 미국 하이닉스 공장 인수 양해각서(MOU)체결을 위해 5000만달러(약 500억원),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태양광전문기업 인수에 1500만달러(약 150억원)를 썼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실제로 2009년까지 연간 3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유니켐은 2011년 1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남겼다. 유니켐이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유니켐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잇달아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유니켐은 최근 적자폭을 줄여나가다가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회사를 맡은 심양보 대표이사가 피혁과 관련없는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본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피혁제조업체인 신우 역시 현재 매출원가 상승 등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3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올 3분기에도 50억 영업손실을 기록한 신우는 현재 결손금이 186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사모사채 100억원을 발행해 지난 10월 반도체 설비제조업체인 포아텍 인수해 주주들의 눈총을 받았다. 이밖에도 신우는 주주총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본업과 관련없는 바이오, 반도체 업계 임원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핵심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신사업으로 진출해 기업의 펀더멘탈을 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 외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혁원단제조업체인 조광피혁은 한 우물만 파 입지를 굳힌 사례다. 특히 과거 저마진 구조의 신발·핸드백용 가죽 생산에서 자동차시트용 원단을 주요사업으로 바꿔 외부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튼튼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3분기 말 기준 조광피혁 매출의 97%가 자동차 시트 재단품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인조피혁제조업체인 백산도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꾸준한 실적을 남기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등 IT기기 커버용 합성피혁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백산은 내년 현대·기아차에 차량용 합성피혁을 납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백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억원, 올 3분기까지 128억원을 기록중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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