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롱쇼트펀드 히트치는데 `쇼트`칠 주식이 없구나
입력 2013-12-05 17:31  | 수정 2013-12-05 19:43
요즘 시장에서 가장 '핫'하다는 롱쇼트 펀드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공매도(Short)를 하려고 해도 내다 팔 주식이 없어 못하겠다"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승장은 당분간 힘들고 주가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보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주식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많지 않아 대차 물량 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한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싼값에 되사 돌려줘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이다.
최근 박스권 장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낸 롱쇼트펀드 쪽으로 1조원 넘는 자금이 밀려들면서 주식을 빌리려는 수요는 급증했다. 롱쇼트 펀드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하고(Long),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 주식이나 지수선물을 공매도하는(Short) 전략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뜻한다.

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5.4%, 대형주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5.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2년 이후 대형주 거래량 대비 공매도 평균 비중은 3.7%,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평균 비중은 4.0%였으나 올해 들어 공매도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급격히 증가한 공매도 수요에 비해 이들이 빌릴 수 있는 주식 물량은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연말이 되면 주식 대차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던 국내 연기금이 주식 의결권 행사를 위해 빌려줬던 주식을 거둬들이게 된다. 기관투자가들은 12월 말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해당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매년 12월이면 연기금이 빌려줬던 주식에 대해 상환을 요구하면서 물량 부족이 문제가 되는데 올해는 롱쇼트 펀드의 부상으로 공매도 수요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시장에서 대차 물량 씨가 마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차 물량 부족분이 늘어나자 주식 대차를 중개하는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대차를 증가시키기 위해 대차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 주식을 공매도할 수 없다 보니 시장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의 경우 연말을 기점으로 대차 물량을 대규모로 거둬들이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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