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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뱅행’ 이대호, 이범호 그림자를 지워라
입력 2013-12-05 16:22  | 수정 2013-12-05 17:07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입단을 앞두고 있는 이대호(31)의 우선과제는 이범호의 그림자 털어내기다.
2년 8억엔에서 3년 최대 14억엔까지 일본 언론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대호의 입단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재팬시리즈서 우승한 소프트뱅크는 올해 라쿠텐, 세이부, 지바 롯데에 밀려 퍼시픽리그 4위에 그쳤다. 이에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선 가운데 이대호는 그중에서도 핵심 퍼즐이다.
올 시즌 소프트뱅크는 붙박이 4번타자가 없이 많은 타자들이 번갈아가면서 4번을 맡았다. 외국인 타자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부진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거포 갈증을 해결해 줄 최적임자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입단을 앞두고 있는 이대호의 첫 번째 과제는 이범호의 그림자 털어내기다.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이대호에게는 먼저 해결해야할 숙제가 있다. 소프트뱅크 입단 이후 일본 언론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될 이범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당시 이범호와 불화가 있었던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과의 관계 구축도 입단 이후 당면한 숙제다.

앞서 이범호는 2009시즌 종료 후 일본 야구의 영웅 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의 강력한 추천하에 소프트뱅크와 2년간 총액 3억엔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과의 보이지 않는 불화, 적응 실패가 겹쳐지면서 48경기서 타율 2할2푼6리 4홈런에 그쳤다. 출루율이 2할8푼8리, 장타율은 3할5푼5리에 불과할 정도로 성적이 한국에 비해서 급락했다.
소프트뱅크 팀 역사상 첫 번째 한국인 선수였던 이범호가 남겨둔 그림자는 이대호에게도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이범호의 3루 수비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하며 1루수를 겸업 시키고, 수비와 타격 자세를 기본부터 교정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이범호를 바꾸려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이범호와 아키야마 감독간의 갈등과 혼란이 생겼다.
일단 이범호가 부진했던 것이 갈등의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왕정치 회장의 입김으로 현장과 상의 없이 이범호가 독단적으로 영입된 것부터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키야마 감독과 이범호는 결국 신뢰를 쌓지 못했다. 부상까지 겹쳐지면서 이범호는 결국 2군서 더 긴 시간을 보냈고, 2011년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으며 국내무대로 유턴했다.
이대호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율 2할8푼6리, 출루율 3할6푼7리, 장타율 4할7푼8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왕을 거머쥐었다. 올해도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 출루율 3할8푼4리, 장타율 4할9푼3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하며 타격 전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냈다. 최하위 오릭스에서 고군분투하며 낸 성적이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입단을 앞두고 있는 이대호의 첫 번째 과제는 이범호의 그림자 털어내기다. 사진=MK스포츠 DB
비록 이벤트전이긴 하지만 2013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서 퍼시픽리그 감독이었던 아키야마 감독은 1루수 부문 2위로 아깝게 선발되지 못했던 이대호를 감독추천으로 선발한 바 있다. 감독 추천 선수는 구단별로 배분해야하는 측면이 있어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같은 리그서 자주 이대호와 마주쳤던 아키야마 감독이 이대호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배경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프트뱅크는 재일동포 3세 사업가인 손정의가 구단주로 있다. 손 구단주와 왕정치 회장은 실력을 극찬하며 반드시 영입할 것을 지시하는 등, 이대호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이대호가 오릭스에서 보여준 실력을 재현한다면 그를 지지해줄 든든한 환경이 보장돼 있는 셈. 거꾸로 보면 손정의 구단주와 왕정치 회장이 입단을 주도한 과정은 이범호의 사례와 비슷하다. 결국 다시 시험대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프런트가 주도한 계약에서 선수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이대호가 지난 2년간 일본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사실 아무런 걱정이 없다. 이범호와 이대호 역시 서로 다른 사례다. 무엇보다 ‘제 2의 사례 대신 ‘제 1의 이대호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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