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회사가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의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각각 다른 업종으로 기재돼 일반 투자자들의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거래소에서 업종이 변경된 경우에도 금감원 공시시스템 내에 기업정보에 반영되지 않아 시스템 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기업 정보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곳이 금감원의 다트(DART)와 거래소 공시인데도 양사 간의 소통은 물론 기업 정보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차바이오앤'을 거래소와 금감원 공시시스템에서 각각 검색할 경우 거래소에서는 업종이 '기초 의약물질 및 생물학적 제제 제조업'이라고 나오는 반면 금감원에서는 '광학렌즈 및 광학요소 제조업'으로 쓰여있다.
차바이오앤의 경우 지난해 4월 거래소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업종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공시에서는 기업 정보가 변경되지 않았다.
차바이오앤 관계자는 "거래소에서만 업종 변경이 이뤄지면 다 되는 줄 알았다"며 "어쨌든 차바이오앤의 경우 이미 줄기세포 관련 사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에서는 업종 변경과 심사만을 할 뿐 금감원의 공시 시스템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매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업종 심사를 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의 주요 매출액 중 상위 품목이 2년 연속으로 바뀌었을 경우 심사 후 업종 재분류가 이뤄진다"고 말한 뒤 "금감원의 공시 시스템에서 업종명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에 문의하자 "업종 분류나 변경은 거래소에서 하는 것이지 금감원 소관이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트 공시에 있는 업종명은 사업자 등록 서류를 기준으로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코드에 따른 것"이라며 "관리하는 법인이 많은 만큼 거래소와 모든 걸 매칭시키기는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앤에 확인한 결과, 차바이오앤은 용인 본사와 서울 사업소 별로 바이오, 광학렌즈업 등 다양하게 등록돼 있었다. 금감원에서 제시한 기준 서류에 적시된 업종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녹십자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래소 공시시스템에서는 업종이 '기계장비 및 관련물품 도매업'으로 나오는 반면 금감원 공시시스템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제조업'으로 명기됐다.
녹십자셀은 바이오 관련 사업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업종 심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기존 '컴퓨터 및 주변기기'로 분류됐던 금감원 기업 정보가 먼저 변경돼 투자자들의 고개를 기웃거리게 하고 있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아직 바이오 산업 매출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데다가 기존 컴퓨터 관련 부품 유통 사업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해 업종이 변경되지 않은 것"이라며 "실제로 일반 투자자들이 업종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종종 온다"고 말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의 회사에 공시마다 업종명이 다르게 표기돼 있을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다소 헷갈릴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우선 투자하려는 기업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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