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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정재영, “내 목표…즐기고 열정 식지않는 것”
입력 2013-12-04 16:46 
용의자, 목격자, 살인자, 모두 이 안에 있다. 시간이동 프로젝트 연구원 우석(정재영 분)은 투자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 중단 통보를 받게 된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 우석은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다행스럽게 24시간 후인 내일 오전 11시로의 시간이동에 성공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내일 오전 11시의 모습에 좌절하며 고뇌한다.
현실로 돌아온 우석은 지완(최다니엘 분), 영은(김옥빈 분) 등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예고된 좌절을 희망으로 되돌릴 계획을 세운다. / ‘열한시

[MBN스타 여수정 기자] 배우 정재영은 어찌 들으면 친절한 아줌마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소탈한 옆집 오빠 같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 시작 전의 고요한 정적을 깼다.

날씨나 근황을 먼저 물으며 연신 어색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하는 정재영은 역시 베테랑 배우였다. 제작보고회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최다니엘이 카리스마 있는 겉모습과 달리 정재영 선배는 매우 재미있고 말도 많고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고 왜 언급했는지 깨닫게 했다. 정재영은 영화를 잘 봤다”는 말에 당연하죠”라고 ‘열한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가싶더니 이내 원래 영화는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는거다. 그러니 잘 볼 수밖에 없다”고 넘치는 센스를 선보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열한시는 시간 추적 타임스릴러다. 생소하고 흥미를 맘껏 자극하는 소재이기에 대중들은 물론 주변 배우들도 관심이 많다. 극에서 시간이동 연구에 집착하는 천재 물리학 박사 우석 역을 맡은 정재영은 배역에 대한 애정이 너무도 깊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 스스로 연기인생에 있어 최고학력자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고 신분상승을 위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열한시는 사실 내 취향이다. 재미를 떠나서 나는 남자이고 나이가 있기에 로맨스코미디를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열한시 역시 취향이 없으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영화는 찾아서 본다. SF물과 미래 이야기는 자주, 무조건 본다. ‘열한시는 내가 참여했던 상업영화 중 러닝타임이 가장 짧다.(99분)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긴장하면서 관람했는데 지루하지 않게 잘 나온 것 같다. 물론 나의 얼굴이 나오기에 평가는 못하지만 촬영했을 당시가 떠오르더라. 판단은 오직 관객들의 몫이다.”

정재영이 ‘열한시로 관객을 찾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열한시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하며 동시에 SF물과 미래 이야기는 꼭 챙겨본다는 정재영은 ‘그래비티를 못 본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며 얼마나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인지 다시 한 번 인증에 나섰다.

SF물과 미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은 일 년에 몇 편 안 나온다. ‘썬사인과 ‘코어를 재미있게 봤다. ‘열한시는 인류구원이 아닌 나와 최다니엘, 김옥빈이 자기 욕심과 필요를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세 명이서 인류를 구원한다고 하면 얼마나 현실성이 떨어지겠냐. (웃음) 현재 ‘역린 촬영 중이라 ‘그래비티는 아마 IPTV로 봐야겠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늦게나오더라. 또한 나와도 가격이 비싸고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웃음)”

정재영은 IPTV의 늦은 등장과 높은 가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SF물 마니아다운 면모를 맘껏 발휘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흥미있는 장르이기에 ‘열한시 역시 즐겁게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속 배우들의 찰떡호흡은 물론 공식석상에서의 모습들도 기막힌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정재영, 김옥빈, 최다니엘의 성공적 만남을 알렸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인원수도 정해져있고 부산에 있는 요트경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를 했기에 연극을 하던 당시가 떠올랐다. 가장 더운 7, 8, 9월에 촬영을 했는데 우리들은 시원한 세트장에서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 밤에는 바닷가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바다도 보고 이야기도 나눴다. 김현석 감독이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는 스타일이고, 철민이 형도 농담을 잘한다. 그래서인지 더욱 재미있었다. 이미 촬영 전부터 대본 리딩 겸 2박3일 MT를 다녀왔기에 많이 친해진 상태이기도 했다.”

그가 증명하듯 ‘열한시 출연배우들은 끈끈한 정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아낀 듯싶다. 이는 흥행과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일 ‘열한시는 4만8601명의 누적 관객 수를 동원하며 ‘친구2 ‘창수 ‘결혼전야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개봉 날부터(11월 28일)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배우들 간의 팀워크에 대해 언급하던 정재영은 마피아 게임도 했다. 나는 처음해본 게임이라 매번 꼴찌를 했는데 옥빈이와 다은이, 다니엘은 정말 잘해서 못 맞추겠더라.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면 연기가 어색해져 자주 걸렸었는데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게임 실력이 늘더라. 정말 재미있었다”고 촬영 틈틈이 모여 마피아 게임을 했던 당시를 설명해 얼마나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 왁자지껄했는지를 예감케 했다.

정재영은 ‘열한시에서 천재 물리학 박사 우석 역을 맡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마피아 게임에 이어 출연 배우들의 무한 칭찬까지 선보이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맘껏 보였다. 현실에서는 때로는 아줌마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살뜰히 주변인들을 챙기는 정재영이 ‘열한시에서는 다소 이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시작은 죽은 아내를 위해 타임머신 개발하지만 점점 모두의 노력이 담긴 프로젝트를 지키기 위해 야속하지만 목숨보다 트로츠키를 살릴 궁리를 한다.

우석은 가장 이기적인 캐릭터다. 물론 ‘강철중-공공의 적 거성그룹 회장 이원술도 있지만 그건 그냥 직업이다. 우석은 악역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하고 자기의 명분을 내세우기에 바쁘다. 만약 우석정도의 실력자라면 회사를 위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또는 더 큰 것을 위해 가정을 버릴 것 같다.”

냉철한 우석 역을 너무도 잘 소화한 까닭일까. 정재영 개인적인 고집이나 욕심에 대해 궁금해졌다.

솔직히 우석정도까지는 말도 안 된다. (웃음)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이것이 직업이다 보니 욕심과 집착이 있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가장과 가족에게 소홀하게 된다. ‘열한시에도 나오듯 자기 자신만 모르는 것이다. 이는 분명 혼자만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입장차이 같다. 쉬는 날 아주 가끔 집안일을 돕곤 하는데 오히려 망가뜨린다고 시키지 않더라. (웃음) 기분이 좋아서 가끔 일요일에는 아빠가 요리사라고 요리를 만들어주지만 ‘맛이 없다고 하더라…”

외모와 중후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카리스마면 카리스마, 입담이면 입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가정적인 면도 모두 겸비한 말 그대로 재주꾼 정재영. ‘글러브 ‘카운트다운 ‘내가 살인범이다 ‘우리선희 등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받은 그에게 있어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사진=이현지 기자
지금처럼 아니면 지금보다 나은 질리지 않는 변화된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더욱 즐기면서 촬영하고 나의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한다. 본래 사람은 뭐든지 처음보다 점점 식어간다. 계속 하다보면 더 높은 곳만 바라보기에 열정이 금방 식게 된다. 나는 이 열정이 식지 않는 게 목표다. 12월 내내 담양에 내려가 ‘역린 촬영을 이어갈 것 같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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