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행자 인식`하는 똑똑한 신호등 눈길
입력 2013-12-04 11:34 

#직장인 이지영(33·가명)씨. 출근시간 차를 끌고 나가기가 늘 거북하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에서 큰 길로 나가는 구간의 교통체증 때문이다. 신호 대기시간이 긴데다 유입되는 차량도 많아 늘 혼잡하다. 특히 불필요한 신호대기는 늘 불만이다. 횡단보도에 보행자는 단 한명도 없는데 신호 대기로 교통체증이 가중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없다고 무턱대고 신호 위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씨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 신호 대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최근 신호등이 보행자 자동인식 방식으로 교체되면서 이씨의 이 같은 교통체증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평소라면 시간에 따라 교대로 바뀌었을 신호가 보행자 유무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길에 약간의 신호대기시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교통이 쾌적해졌다. 이씨는 쓸데없는 정차횟수도 줄어 결과적으로 유류비도 아끼게 됐다.
한국의 교통제어장치에도 자동인식시대가 왔다.
현재 보행자 횡단보도는 정시 제어 방식으로 일정 시간 동안 녹색과 적색이 바뀌도록 제어된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을 경우에도 작동돼 불필요한 정차에 따른 매연, 시간 소요, 유류비 증가 등 환경 및 경제적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또 신호위반이나 무단횡단 등의 범법 문제도 동반하고 있다.

이에 이런 문제를 관계 당국에서도 인지, 문제의 일부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누름버튼 방식의 보행자작동신호기 설치가 그것인데 활용성과 편리성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파손에 쉽게 노출되고 유지보수체계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등장한 것이 보행자 자동인식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신호등은 경기도 과천청사와 서울 학여울 및 도봉산역 인근에 설치돼 시험 운영되다가 현재 학여울을 제외한 두개소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다.
보행자 자동인식방식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신호가 바뀌지 않고 적색신호로 유지되다가 사람이 횡단을 대기하면 자동으로 감지,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외국의 사례로 푸핀(Puffin), 푸시캣츠(PUSSYCATS) 시스템 등이 있으나 고비용(2000만원 수준)과 낮은 신뢰성(약 80%) 문제로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진유티씨 등 중소기업들이 선진국 사례에서 나타난 고비용 및 낮은 신뢰성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년간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해 새로운 보행자 자동인식시스템을 개발했다. 앞서 도입한 선진국 시스템보다 비용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보행자 탐지 신뢰성은 99.5%까지 확보했다.
이에 이 시스템은 올해 9월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표준지침으로 제정됐으며 현재 각 지방자치제별로 순차적 설치가 예정돼 있다.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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