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단순히 불황형 흑자라고 보기에는 그 기세가 너무 무섭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경상수지 흑자 평균이 290억달러였는 데 2012년에는 430억달러로 껑충 증가하더니 올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630억달러도 뛰어넘을 전망이다. 더욱이 이 수치는 환율이 6%가 절상되는 조건에서 달성된 것이다.
10월의 경상수지 사상 최대치 기록은 단순한 불황형 흑자라기보다는 구조적인 흑자에 접어든 신호로 보여진다. 구조적인 흑자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나타난 것처럼 경기나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중상주의적인 사고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수출하는 나라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일본과 대만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는 1990년 고점 대비 23년이 지난 현재 각각 30%,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왜 이랬을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수출기업은 해외 설비 비중을 계속 늘려가므로,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국내에서 고용하고 투자하는 비중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출 증가에 비해 내수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여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로 환율이 절상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한 수출기업들은 도태되지만 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수출기업은 성장을 이어가지만 반면에 가격경쟁력이 약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은 어렵게 되어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적 성장이 심화된다. 경상수지는 흑자지만 전체 경제성장은 정체된다. 너무 강한 것은 균형을 깨트리기 때문에 어떤 시기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저축 과잉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듯이 우리나라의 대외와 대내 불균형도 눈여겨 보아야 할 때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의 불균형을 조심하라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