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SPP조선과 관련해 9999억원 규모 출자전환이 포함된 '재무구조 정상화 초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이번 방안은 최근 SPP조선 경영 현황을 참고로 해 만든 1차 초안이어서 추후 실사 결과에 따라 출자전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P조선 자본잠식 규모는 9918억원이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최대 1조원 정도 대규모 출자전환이 이뤄져야 SPP조선 건전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SPP조선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는 실사 결과가 나온 후 채권단 협의를 거쳐야 결정될 것"이라며 "실사 결과와 자본잠식 규모를 감안해 출자전환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자본잠식에 빠진 조선사 등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을 연이어 추진해 왔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기존 주주에 대한 100대1 감자와 함께 1조6228억원 출자전환 계획을 최근 세우고 채권단 동의를 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또 대선조선에 대해 1900억원 출자전환 계획을 채권단과 논의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850억원 출자전환 계획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이들 조선사에 대해서도 기존 주주에 대한 100대1 감자 계획이 추진된다. 채권단이 대규모 출자전환을 추진하는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선업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 회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채권단 일부에서 조선사 경영 정상화를 우선 이뤄낸 뒤 이후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출자전환이 채권단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채권단이 움직이는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입ㆍ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중인 조선사 채권을 정상 채권인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해당 채권을 부실 채권인 '고정'으로 분류해야 한다. 출자전환이 없다면 부실채권 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조선사에 수조 원 규모 채권을 보유한 수출입은행으로서는 출자전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규식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