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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휴식 자청’ 차명석 코치 “최고의 리더 만나 행복했다”
입력 2013-12-03 11:10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올해 LG 트윈스의 극강 마운드를 세운 ‘일등공신 차명석 투수코치를 내년 1군에서 볼 수 없다. 차 코치는 이미 잠실야구장 1군 코치실에서 자신의 짐을 뺐다. 차 코치는 구리에 있는 2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의 2014시즌 코칭스태프 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투수코치 보직도 포함됐다. 조만간 김기태 감독이 조계현 수석코치 및 구단 프런트와 논의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올 시즌 도중 신장 악성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차명석 LG 투수코치가 회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으로 나와 우규민의 불펜피칭을 지켜보고 있던 모습. 사진=MK스포츠 DB
LG는 올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LG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마운드였다. LG는 투수 평균자책점 3.72로 9개 구단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믿었던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빠진 상황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다.
LG 마운드의 초석을 다진 것은 차명석 투수코치였다. 그런데 차 코치가 올 시즌을 끝으로 1군을 떠났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 LG의 코칭스태프 개편을 두고 이상한 소문도 나돌았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코치도 발끈했다. 차 코치는 왜 1군을 떠나야만 했을까.


▲ 사람들이 별로 안 아픈 줄 알더라”
오해의 여지가 없다. 차명석 코치가 1군 코치직을 내려놓은 것은 건강상의 이유다.
차 코치는 올 시즌 종료 후 김기태 감독에게 먼저 찾아가 1년간 야구를 떠나 쉬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크게 실망한 김 감독은 건강상의 문제였기 때문에 차 코치를 무턱대고 붙잡을 수도 없었다. 김 감독은 그래도 절대 그럴 수 없다. 완전히 떠나지 말고 2군에서 쉬면서 도와달라”며 차 코치의 제안을 어렵게 고사했다.
차 코치는 올 시즌 도중인 지난 7월 콩팥 종양 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이후 충분한 요양이 필요했지만, 2주 만에 팀에 복귀해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했다. 부상 투혼이었다. 차 코치는 사람들이 내가 빨리 복귀했더니 안 아픈 줄 알더라”며 병원 진단 결과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일단 1년 정도 요양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검사를 꾸준히 받으면서 완치될 때까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 코치는 식‧생활습관을 바꿔가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매일 잠실구장에서 동호대교까지 왕복으로 걸으며 지친 심신을 다졌다.
그런데 차 코치의 2군행에 둘 사이에 이상 기류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 나돌았다. 김 감독과 차 코치의 귀에도 들렸다. 발끈했다. 김 감독은 밖에서 이상한 얘기가 돌더라. 차 코치는 나에게 조계현 수석과 함께 1번인 사람이다. 건강상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 코치도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감독님과 나와의 사이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2014시즌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최고의 리더 만나 행복했다”
차명석 코치는 1군 코치실을 떠나면서 김기태 감독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드러냈다. 당시 김 감독은 일본 고치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었다.
김 감독과 차 코치는 지난 2010년 2군에서부터 돈독한 신뢰를 쌓은 사이다. 서로에 대한 신망이 누구보다 두텁다. 김 감독은 차 코치는 내 오른팔”이라고 당당히 내세우고, 차 코치는 난 감독님의 장자방”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다. 김 감독이 LG 사령탑에 내정됐을 때부터 둘 사이에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었다.
김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뒤 LG의 투수코치는 최고의 화두였다. 구단에서는 검증된 투수코치가 필요하다며 차 코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사실상 반대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차명석이 아니면 감독을 하지 않겠다”며 한 마디로 정리했다. 시작부터 차 코치가 충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차 코치는 지난 2년간 투수코치의 무덤이었던 LG의 마운드를 키워내며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하지만 차 코치는 만족하지 못했다. 차 코치는 잘했다고 하는데 난 아쉽기만 하다. 그 첫째가 감독님을 우승시켜드리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차 코치의 목표는 투수코치를 맡을 때부터 단순했다. 임기를 마친 후 김 감독의 재계약이었다. 그 뒤에는 성적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 코치가 절대적 충성심을 보이는 이유는 김 감독의 리더십 때문이다.
차 코치는 좋은 리더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치는 감독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잘한 것이다. 그런데 코치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LG를 하나로 묶은 감독님은 최고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차 코치는 좋은 리더를 만나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아쉬움을 남긴 채 잠시 김 감독 곁을 떠났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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