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IPO, 숫자 마케팅 함정에 빠진 거래소
입력 2013-12-03 11:01 

[본 기사는 11월 29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회사의 경쟁력 때문인가, 무분별한 거래소의 상장 승인 때문인가.'
한국거래소가 올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기업 관련, 내부 목표치인 40개 기업 상장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공개(IPO)시장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올 하반기 신규 상장기업은 지난해 1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 수에 버금갔다. 이에 대해 상장 심사 자격을 갖춘 기업이 많았다는 긍정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의 무분별한 상장 승인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상장 문턱을 지나치게 낮춰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거래소는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치하는 모습을 보였고, 덩달아 심사 승인율은 올라갔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은 모두 25개다. 올 상반기(13개)의 두 배에 달하는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지난해 29개 기업이 신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애초에 거래소는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 연말까지 총 40개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는 거의 달성했다.
사실 거래소가 연내 40개 기업 상장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업계는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데다 주가 흐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승인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최근 실적이 밋밋하면 거래소의 문제 제기를 피할 수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 통과를 자신할 만한 기업이 적어 일부 탈락할 기업 수를 고려하면 총 30곳 정도가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예상과 달리 거래소는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목표치를 달성함과 동시에 코넥스시장 상장기업 목표치(50개)에도 근접해 있다. 현재 31개 기업이 코넥스시장에 상장해 있는데 연말까지 총 17개 기업이 추가로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이 5곳, 연말까지 청구서를 낼 것으로 보이는 기업이 12곳에 달한다. 청구서만 제출하면 심사 통과에 큰 문제는 없다. 이렇게 되면 코넥스시장 출범 6개월 만에 약 50개 기업이 상장해 나흘에 한 기업 꼴로 코넥스시장에 이름을 올린 셈이 된다.
일각에선 이처럼 하반기 상장기업들이 쏟아지는 데는 거래소가 승인심사 문턱을 지나치게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20개 기업 중 승인에 실패한 기업은 단 한 곳 뿐이다. 지난해에는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 중 25%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심사 승인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코넥스시장은 청구서만 제출하면 100% 상장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시장은 일반 투자자들보다 중소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시장인 만큼 상장기업의 실적보다 성장성을 주로 보고 있다"며 "상장기업과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평판에 신경써야 하는 지정자문인을 믿고 승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거나 횡령·배임 혐의가 없다면 대부분 승인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가 자격 미달인 기업들에게도 문을 열어주고 있어 다소 우려된다"며 "중소·벤처기업들의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설립 이후 계속 적자가 나는 기업에 상장 승인을 해준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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