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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천안함 프로젝트’와 평행이론 성립?
입력 2013-12-03 10:55 
[MBN스타 여수정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제작 위더스 필름)이 지난달 29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 가운데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점은 5.98을 유지하고 있지만 네티즌의 의견이 담긴 140평의 수는 무려 총2만80건이다. 이는 엄청난 건수이자 영화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09년 5월 23일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는 것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부림사건을 주요 사건으로 표현돼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에서 벌어진 부림사건(부산의 학림사건)이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겼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 변론을 맡았고 이를 계기로 소위 잘 나가고 돈 잘 버는 세무, 회계 전문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걷게 된다. 극 중 송우석은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인물이고 ‘설국열차 ‘관상으로 연기와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배우 송강호가 배역을 맡아 열연했다.

1980년대의 중심 사건인 부림사건과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기에 영화를 향한 다양한 추측과 주장이 난무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변호인은 정치색은 보이지 않았으며 웃음과 감동, 여운만을 안겼다. 제작보고회와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양우석 감독과 배우들이 강조했듯이 한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특정인물의 일대기나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겪었을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살았던 선배들의 ‘치열함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이에 양 감독은 우리 사회가 이런 픽션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관객들‘변호인을 그냥 영화로만 봐주셨으면 한다”며 직접 겪어온 역사를 가장 잘 알려주는 좋은 방법은 한 사건에 관여한 인물을 통해 알려주는 게 적합하다 생각했다. 1980년대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몇 분들 통해 고도산업화, 민주화가 몰아쳤던 80년대를 돌아보고 싶었고 함께 공유하고 싶기도 했다. 전 세대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를 단지 영화로 봐달라는 양 감독의 말처럼 아직 대중들에게 개봉이 안된 ‘변호인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거나 정치적색이 담긴 영화가 아닌 그냥 웃고 즐기고 감동받기에 충분한 잘 만들어진 영화다.

앞서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2010년 3월 26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주요 사건들과 쟁점들을 기록과 재연으로 담은 세미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도 ‘변호인처럼 개봉 전부터 때 아닌 고충을 겪은 바 있다. ‘천안함 사건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영화의 주요 내용으로 잡았기에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등 우리사회 모순과 탄압의 역사 고발에 앞장선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백승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강한 시너지로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개봉이 마땅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화 본 심의 접수 직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받아 상영 자체가 확실치 않았다. 이는 천안함 관련 해군 장교들 및 천안함유가족협회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추측과 달리 ‘천안함 프로젝트에는 고인이 된 46명의 명예를 훼손할 그 어떤 장면도 나오지 않으며 천안함 사건이라는 소재를 통해 단지 소통과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할 뿐이다.

9월 5일 영화관 개봉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개봉 하루 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예정대로 상영됐다. 그러나 돌연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중단 통보를 받아 안타까움을 안긴 바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도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개봉 전부터 네이버 140자평에 6770명이 참여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고 개봉된 후에도 7659명이 평을 남겼다.

사진=포스터
이처럼 ‘변호인도 다소 민감할 수 있는 특정인물을 소재로 했기에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이슈가 담겼다는 것은 오해이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어림잡아 추측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임에 틀림없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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